10년전엔 “저녁이 있는 삶”… 지금은 “아이와 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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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孫의 새 슬로건

“출산율 1.0이하 OECD 유일
저출산 해결 못하면 미래없어”

“아이와 저녁이 있는 삶.”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사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새 슬로건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처음 내세우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저출산이라는 더 큰 도전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만난 손 전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처음 얘기했던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인구절벽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면서 “문제는 앞으로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10년 전 슬로건 앞에 ‘아이와’라는 표현을 넣은 이유다.

손 전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합계출산율(지난해 기준 0.81)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1.0 이하로 떨어진 유일한 나라”라며 “정치권에선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해 ‘50조 원이냐 100조 원이냐’ 마치 이름 부르듯 말할 게 아니라 당면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구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지금은 ‘주 4일 근무제’ 같은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합계출산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않고선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을 때 칼퇴근만을 의미한 게 아니었다”면서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선 경제적 여유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우선순위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 52시간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엄격한 통제와 처벌 규정 등의 경직된 방식으로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과 산업 특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제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10년 전에도 참 이른 구호라고 생각하긴 했다”면서 “주 52시간제를 뒤로 돌릴 순 없지만, 지금이라도 각 산업의 특수성과 처한 형편, 여건을 보고 융통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조정해야 할 건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