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두 갈래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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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와 신데렐라가 가장 고생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콩쥐가 채워야 할 밑 빠진 물독도 부엌에 있고 재투성이 아가씨란 뜻의 신데렐라 역시 부엌에서 재를 뒤집어쓰니 정답은 부엌이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번역돼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키친(kitchen)’, 프랑스어의 ‘퀴진(cusine)’, 독일어의 ‘퀴셰(Kuche)’ 등등 표기와 발음은 조금씩 달라도 같은 계통의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표준어는 ‘부엌’이지만 ‘정재’나 ‘정지’ 등으로 부르는 지역도 꽤 넓다. 지역에 따른 방언 분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부엌은 좀 의외다. 집안의 공간이 분화하면서 가장 먼저 생겨났을,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옷, 밥, 집’이 지역에 따라 달리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본적인 단어는 지역이나 시대에 따른 변이가 거의 없는데 부엌은 예외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결국 뿌리나 문화가 전혀 다른 두 집단의 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중부와 북부는 부엌 계열을 쓰는 조상들의 말이, 한반도의 남부와 동부는 정재 계열을 쓰는 조상들의 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한반도의 동쪽은 높낮이로 단어를 구분하고, 서쪽은 길고 짧은 것으로 구분하는 것도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부풀리거나 편 가르기에 악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양한 계통의 사람과 그들의 문화가 어우러져서 우리의 정체성이 이뤄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융합 이전의 계통이 아니라, 융합 이후의 단일체다. 고구려와 신라의 말이 조금 달랐더라도, 부엌이 두 갈래의 말로 나타나더라도 우리는 같은 땅에서 같은 밥을 먹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두 갈래, 혹은 세 갈래 이상의 서로 다른 생각이 있었겠지만, 결과는 하나다. 앞으로의 5년은 그 한 갈래에서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