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흘러 초로의 나이… 봉사·나눔 실천하는 아름다운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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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김해 한림중 18회 동기생

1960년대 곤궁하던 시절 내가 다녔던 벽촌의 풍광 좋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남녀공학 한림중 교정의 바깥 풍경은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을 때가 없었다. 봄이면 유장한 화포천 변에는 물안개가 자욱하며, 초가 집채만 한 찔레꽃이 수북수북 피고, 야트막한 야산에는 참꽃이 붉게 물들었다. 여름이면 웅숭깊은 그늘을 드리운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초록이 장하고, 가을이면 들녘은 황금빛 들판으로 넉넉했다.

‘새벽종’이 울리는 ‘새 아침’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침밥을 찬물에 말아 허겁지겁 먹는 둥 마는 둥 포장도 안 된 20리길 신작로를 걸어 등교했다. ‘잘살아 보세’를 목이 터져라 부르며 그렇게 ‘새마을’을 가꾸던 시절, 가난의 끝자락이 채 가시지 않아 교육환경마저 열악한 시골 학교에도 향학열은 뜨거웠다. 제자들에 대한 스승님들의 가르침은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의 긍지와 책임감으로 열정적이셨다. 아직도 당시 가르침은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난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잘난 사람은 ‘난사람’, 많이 배운 사람은 ‘든 사람’,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제일 윗급은 ‘된 사람’이라며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와 타협한다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라고 가르쳤다.

10여 년 전, 중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됐을 때 전국 각지와 해외에 흩어져 살고 있던 동창들을 수소문해 선생님들을 모시고 동창회를 한 적이 있다. 작은 정성들을 모아 가슴에 꽃을 달아 드리고 ‘행운의 열쇠’를 선물했다. 선생님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셔서 제자를 생각하는 그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에 마음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까까머리 소년, 단발머리 소녀들이 정든 교정을 떠난 지 어언 강산이 다섯 번 변한 5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초로의 나이가 됐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오대양 육대주 해외를 누비며 주어진 임무에 책임과 지혜를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는 소금 역할을 톡톡히 해 국위선양에 이바지한 동기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지금은 정년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기꺼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왕성하게 제2의 삶을 사는 동기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특히 손자 같은 모교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과 발전기금 모금에 적극 동참하고 해외견학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협찬하는 동기들의 그 열정은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세상에서 성공하고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한때 역전의 용사였고 푸른 젊음이었다. 청춘이 있었기에 가난도 아름다웠고, 좌절도 아름다웠다. 어느덧 우리도 주름살 깊이를 보니 나이가 아니라 ‘연세’라는 단어를 써야 할 듯하다.

동기님들, 하늘이 부르시는 날까지 서산을 아름답게 붉게 물들이고 후회 없이 곱게 거룩하게 익어 가세나. 동기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경의를 표합니다.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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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중 18회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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