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러 석유 의존 끝내야”… 에너지 시장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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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올 러시아 가스 수입 축소
사우디는 위안화 원유결제 검토

유가 배럴당 100달러선 아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시장 재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셰일오일 산업의 부활로 국제원유 수입 시장에서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일주일새 20% 이상 하락했다.

15일 가디언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원유 증산 설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국가를 러시아 가스와 석유에 빠져들게 한 마약상 같다”며 “푸틴의 협박을 피하려면 러시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유럽이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야 함을 명백하게 했다는 의미다. 실제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원유 수입 시장에서 미국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받아온 사우디의 정책 변경은 원유 수입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공급이 불안해지자 미국이 자국 셰일 업체들에 원유 증산을 촉구하며 수입 대체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부채질할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1990년대 하루 200만 배럴이었던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입 규모는 지난해 12월 하루 50만 배럴 미만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6.4% 떨어진 96.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만에 2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