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 넘는’ 靑인사·법무부반발… 인수위 “무례, 분노 금치못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업무보고 유예’ 설명하는 安 안철수(뒷줄 왼쪽 두 번째)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천막 기자실에서 인수위의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인사·업무보고 전방위 갈등

尹 “박범계 檢수사지휘권 발언
5년동안 檢중립 없었다는 자평”

안철수 “現정부 법무부 장관이
새정부정책 비판하는건 부적절”

당정청 잇단 비협조 분위기에
尹측 “인수인계 차질 정면돌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구 권력 갈등’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등 인사 문제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윤 당선인 사법개혁 구상 반대 등으로 폭발하는 모습이다. 정권 이양기에 청와대가 이끌고 정부와 여당이 뒤를 받쳐주면서 새 정부에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를 이어가자 이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도 전부터 전임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가기 더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정면돌파에 나선 셈이다. 윤 당선인의 작심 발언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사실상 거부하는 유례없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이 ‘검찰 중립을 위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 정부가 5년 동안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반문했다. 유상범 인수위원은 이날 법무부의 업무보고 유예 발표 직후 “당선인의 의중과는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에게도 보고가 이뤄진 후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전날 공약에 찬성하는 대검찰청과 업무보고를 별도로 받겠다고 밝힌 뒤로도 법무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장관이 반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나 검찰 독자 예산권 부여 등은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의 핵심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법무장관이 새 정부 정책에 이렇게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며 “국민을 위한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어제 박 장관께서 말씀하신 그때부터 사실 내부에서 논의했다”며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한은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데 대해서도 윤 당선인은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임기를 마친 정부에서 지명하는 건)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KBS 라디오에서 “공석인 자리를 한두 달을 못 참아서 후임 정부가 아니라 전임 정부의 의사대로 인사한다는 것도 앞으로 선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측은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는 나름 성의를 가지고 당선인을 배려해 의견을 수렴해 인선을 한 것 같은데 당선인 측은 청와대 탓을 하고 계속 청와대 책임론을 부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떠나는 정부가 새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에 대해 발목잡기를 하는 것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라는 것은 책임성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원활한 인수인계가 되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국민이 볼 때는 난감하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후민·송정은·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