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의 ‘도발’… 韓 여성작가 이미래의 ‘미래’에 기대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이미래 작가의 설치 작품을 관람객들이 살피거나 촬영하고 있다.

동물 내장 꺼내 걸어놓은 듯
각종도구에 욕망투영 몸 성찰
역겨울만큼 강렬 발길 붙잡아

베니스 =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서 한국 여성 작가 이미래(34)와 정금형(42)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도발적이고 대담한 실험을 시도한 이미지로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특히 네델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 작가의 설치 작품 ‘엔드리스 하우스(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는 살아있는 동물의 내장을 방금 꺼내 걸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5m 남짓한 크기의 작품 전체를 휘감은 고무호스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액체 유약이 흐르며 끈끈한 점액질을 쏟아낸다. 역겨우면서도 강렬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옛 조선소를 개조한 전시관(아르세날레)에서 만난 이 작가는 “몸체의 구멍을 통해 물질이 순환하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석고 등 딱딱한 것으로 조각을 만들다가 부드러운 재질을 섞어 움직이는 것으로 나아갔고, 신체의 내장 등도 다루게 됐다”고 했다. 이 작가는 “세계와 자기 사이에 보호막이 없는 엄청나게 취약한 존재들이 오히려 강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걸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미국 ‘아트 뉴스’ 등 해외 미술지들이 본전시에서 꼭 기억해야 할 작품으로 꼽았다. 그를 전속 작가로 두고 있는 미국 뉴욕 티나 킴 갤러리의 티나 킴 대표는 “해외 큐레이터들이 이 작가의 실험성에 주목해왔는데, 그게 더 확장됐음을 이번에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이 작가의 전시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며 “내달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시인 김언희의 시 작품과 함께 하는 전시가 있고, 9월에는 뉴욕에서 작품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이 작가의 작품이 있는 전시장 다음으로 가면 정 작가의 ‘토이 프로토타입(Toy Prototype)’을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 해체된 마네킹과 전선 줄이 얽혀 있는 전동 바퀴 기구 등 이런저런 사물이 놓여 있다. 인체 모형과 각종 기구·도구 등에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며 몸의 언어를 성찰하는 작업이다.

한국 작가 2명의 작품은 본전시 주제에 딱 들어맞는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큐레이터인 체첼리아 알레마니(45)가 총감독을 맡은 본전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라는 타이틀로 인간 몸의 변형과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초대된 58개국 작가 213명 중 여성 작가 비중이 70%를 넘는다. 이 작가는 “여성성, 괴물성, 마녀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기존에 주변부였던 것들을 모아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면, 주제를 천착하며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내려는 작가들의 고투가 역력하다. 한국 작가의 기존 작을 모방한 듯한 외국 작품이 더러 보여 세계의 미술 언어가 경계 없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