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안보리 분열에 ‘北도발 문’ 열려… 제재완화해선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이클 J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겸 일본 석좌가 지난 3월 7일 워싱턴DC의 CSIS 본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CSIS 제공

■ 현안 인터뷰 - 마이클 그린 CSIS 亞담당 선임부소장

전략적 모호성·종전선언 추진
文정부, 韓을 국제적 고립시켜

차기정부 초반 움직임 긍정적
주요국서 외교·안보정책 호평
서울, 美의 핵심 파트너 될 것

쿼드 가입은 장기적 비전 돼야
개별이슈 사례별 협력부터 모색

美동맹·파트너 네트워크 강화
北도발땐 韓 편으로 집결할 것

인터뷰 =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비판은 전략적 모호성과 북한과의 일방적 종전선언 추구로 결국 한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약화했습니다. 반면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윤석열 차기 정부의 초반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며 워싱턴·캔버라·도쿄(東京)·런던을 비롯한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J 그린(61)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겸 일본 석좌는 한국의 윤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문화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 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선호한 것은 미 행정부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며 “이제 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서울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주 주의 깊게 (한국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워싱턴DC의 대표적 아시아 전문가다. 그는 한국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가입과 관련해서는 “일본·인도는 쿼드를 기존 4개국에서 확대하는 것을 매우 주저하고 있다”며 “윤 정부는 일단 구체적 개별 이슈에 대해 사례별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움직임에 대해선 “북한의 도발과 격화가 계속될까 봐 두렵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분열은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위협을 확대할 수 있는 ‘열린 문’ 같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의 공조와 대북제재, 억지력이 북한에 비용을 부과하고 도발을 늦추기 위한 대책의 핵심 부분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린 선임부소장은 “2002년 부시 행정부 당시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지만 원하는 어떤 문제라도 협상테이블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그들은 대화를 위해 돌아왔다”고 경험담도 전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이 군사 배치와 훈련을 포함해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인데, 이는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워싱턴에서는 중국이 너무 많은 강압, 주변국에 대한 오랜 내정간섭, 지식재산권 도용 등을 계속했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 동맹·파트너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의 강압을 견제하고 싶어 한다.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일본, 호주, 유럽 등을 포함해 잘해왔다. 문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선호한 것은 미 행정부로서는 답답한 일이었지만 이제 윤 정부가 이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만큼 서울이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아주 주의 깊게 들을 것이다.”

― 현재 문 정부의 외교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5월 출범하는 윤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 정부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비판은 전략적 모호성과 북한과의 일방적 종전선언 추구로 결국 한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약화했다. 반면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윤 정부의 초반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며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근소한 격차의 대선 승리, 국회에서 야당의 지속적 힘을 고려할 때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내 지지를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한국민은 중국·북한에 확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새 정부가 관리해야 할 다른 견해가 많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윤 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까지 윤 정부가 밝힌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민주주의 동맹·파트너들이 원하던 바로 그것이다. 나는 윤 정부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인프라 금융 지원, 아시아 여성 권리 강화, 무역 및 기술정책 협상 등에 미국을 포함한 동맹들과 좀 더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코리아’를 즉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정부 역시 이것들에 크게 기여했지만,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따라 일방적 또는 양자 협상을 통해서만이었다. 이제 한국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불필요한 두려움 없이 전 세계 같은 생각을 하는 국가들과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

― 윤 정부의 쿼드 가입 추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쿼드에 가입하는 것은 훨씬 더 장기적 비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도는 쿼드를 기존 4개국에서 확대하는 것을 매우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윤 정부는 일단 구체적 개별 이슈에 대해 사례별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지역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한국이 (쿼드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 올해 들어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엔 안보리 분열 등은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위협을 확대할 수 있는 열린 문 같은 상황이다. 한·미·일 3국의 공조와 대북 제재, 억지력이 북한에 비용을 부과하고 도발을 늦추기 위한 대책의 핵심 부분이 돼야 할 것이다. 나는 평양과의 대화를 지지하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타협이 가능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대화는 우리 (대북) 수단에 포함돼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 유엔에서 다시 힘을 내야 한다. 현재는 중·러가 비협조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 조성되고, 적절한 시기에 중국을 다시 그 노력에 끌어들일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북 제재 해제를 통해 북한에 대가를 주고 대화에 나선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우리는 ‘투 트랙’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여러 안보리 결의와 남북·6자회담의 외교적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 긍정적인 길로 돌아가는 방법에 관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다고 대화만을 위해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 2002년 부시 행정부 당시 뉴욕으로 파견돼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지만 어떤 문제라도 협상테이블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대화를 위해 돌아왔다.”

― 지난 3월 초 백악관 특사로 대만을 방문했는데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 베이징(北京)은 자유 국가의 국민을 정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다. 그러나 나는 중국이 군사력 배치와 훈련을 포함해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공동성명에 담았던 것처럼 대만해협의 평화를 한·미 동맹의 주요 화두로 언급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중 갈등을 비롯해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학 구조에 어떤 영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 이 전쟁은 확실히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으로의 피벗(회귀)을 원하던 시기에 미군과 외교자원을 유럽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다시 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처벌하기 위한 국제적 연합의 성공적 구축은 한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미국 동맹이 공격받을 때도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의 동맹·파트너들이 세계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앞으로 한반도에 (북한의) 도발이든, 전쟁이든, 통일이든 어떤 사건이 닥칠 때 자유세계 전체가 한국 편으로 집결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