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습관이 억대 기부로”… 직업·사연 다른 이들의 ‘선한 영향력’

  • 문화일보
  • 입력 2022-05-02 11:23
  • 업데이트 2022-12-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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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프런티어 리더십
-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설립 초기만해도 반응 회의적
2008년 남한봉씨 시작으로
8년만에 1000번째 회원 탄생
현재까지 2879명… 곧 3000호

기업인·전문직이 대다수지만
연예인·자영업 등 직업군 다양
2030 젊은층도 참여 확산 추세


2008년 5월 1호 회원인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을 시작으로 14년간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를 이끈 ‘아너 소사이어티’가 3000호 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7년 12월 설립 초기만 해도 한국의 척박한 기부 문화 속에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가족 기부’와 같은 새로운 기부 문화를 개척했다. ‘1억 원 이상 고액 개인기부자 모임’타이틀로 인해 소수의 자산가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역경을 이겨낸 이들이 대거 동참했다. 회원들의 직업·나이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기부자의 사연이 더해져 한국의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위부터 아너소사이어티 1호 회원 남한봉(84) 유닉스코리아 회장, 2000호 회원 서정훈(49) 제너럴바이오 대표이사, 2500호 회원 배우 김영철(69).

◇아너 소사이어티 자격과 현황 = 2022년 5월 기준으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2879명이며, 누적 약정금액은 3105억 원에 달한다. 회원 자격은 크게 정회원과 약정회원, 특별회원으로 나뉜다. 일시 혹은 약정으로 1억 원 이상 기부금을 완납한 개인 기부자는 정회원이 되고, 5년 이내에 1억 원 이상을 납부하기로 하고 약정한 개인 기부자(최초 가입금액 300만 원 이상, 매년 일정 비율 20%로 기부)는 약정회원, 가족 및 제3자가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고 그 가족 및 제3자가 대표자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추대한 기부자는 특별회원이 된다.

첫 회원이 나온 지 약 4년 만인 2012년 3월 100호 회원이 나왔고 1년여 후인 2013년 6월에는 300호 회원을 배출했다. 이후 2015년 12월 1000호 회원, 2018년 12월에는 2000호 회원이 탄생했다.

창립 첫해 회원은 6명이었고 100호 회원까지 약 4년이 걸렸지만, 이후 아너 소사이어티의 활동이 알려지며 최근 5년 사이에는 매년 250∼400명대의 회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 활동은 기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부·봉사·만남 및 교류를 3대 활동으로 꼽는데 정기적인 모임봉사와 가족봉사를 하고 있으며, 연 1회 회원의 날을 통해 회원들 간 화합도모 활동도 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군과 새로운 기부 문화 주도 =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의 직업군을 보면 기업인(47.6%)이 1371명으로 가장 많고 전문직(14.3%)이 411명, 자영업자(6.4%)가 183명, 법인·단체 임원(2.9%) 85명, 공무원(1.5%) 45명 등이다. 기업인·전문직이 과반이지만 아너 소사이어티 활동이 주목받는 배경엔 단순한 자산가의 기부가 아닌 새로운 기부 문화 창출이 자리 잡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를 통해 고액 기부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기부 문화도 나타나고 있다. ‘여성 기업인 1호’로 2010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송주온(61) BT&I 대표와 유원희(62) WY치과 원장(2013년 가입)은 대표적 부부 회원이었다. 여기에 이들의 아들인 유충언(30) 씨까지 지난해 말 가입하면서 ‘가족 회원’이 탄생했다. 가족이 함께 이름을 올린 이들의 수는 725명, 317가족으로, 전체 아너 회원 4명 중 1명꼴이다. 유 원장은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들은 소액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습관을 들였고 가족의 문화가 됐다”며 “가족 기부와 같은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한국의 기부 문화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자산 규모보다 기부 문화를 강조했다. 어린 시절 행상을 하는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던 길운생(75) 대동공업 여주대리점 대표는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남을 돕는 기부를 당연시했고 이런 영향을 받아 개인 고액 기부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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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지는 기부 참여와 정착화 노력 = 2021년까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의 가입 기준 나이를 보면 50대(33.4%)가 가장 많고, 60대(27.7%)와 40대(16.8%)가 그 뒤를 이었다. 2020년까지 60대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50대가 앞질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젊은 연령대의 참여가 늘면서 회원들의 연령대는 낮아지는 추세다. 2020년 40대의 비중은 10%였지만 1년 만에 6.8%포인트나 늘었고 20대는 1.8%에서 2.6%로, 30대는 4.6%에서 5.9%로 모두 늘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설립 과정에서 미국의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모델로 시작했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미국 공동모금회가 1984년 시작해 매년 1만 달러 이상 기부하는 이들의 모임인데, 설립 초기에는 2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수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토크빌 소사이어티 모델에 한국 고유의 문화 특성을 반영해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를 총괄하는 신혜영 전략모금본부장은 “아너 소사이어티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예로부터 내려온 상부상조 정신과 지역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라며 “고액기부가 사회적 성공을 이룬 뒤 실천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면, 앞으로는 성공하는 과정에서 실천하고 싶은 ‘it템’이 되고, 더 나아가 당연히 갖춰야 할 필수템으로 여겨지는 나눔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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