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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이코노미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0일(火)
“가스관 잠가 제재 뚫는다”… 러시아의 ‘對유럽 경제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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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코노미 -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 노림수

유럽서 ‘우크라 침공’ 비난하자
유로·달러화로 받던 가스 대금
러 중앙은행 통한 루블화 요구

지난달 폴란드 등에 공급 중단
유럽 각국 제재 이탈 등 노려
가스값 올려 경제위기 돌파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만 침공한 게 아니다. 러시아는 유럽 전체를 침공했다. 특히 유럽을 침공한 러시아의 무기는 천연가스다. 천연가스의 41%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탱크보다 가스 공급 중단이 두렵다. 러시아도 이 같은 유럽의 약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천연가스로 유럽을 농락한다. 최근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가 대표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특별한 노림수들이 숨어있다. 외신들은 △유럽 제재의 무력화 △루블화 환율 사수 △가스 가격 불안 조성으로 전쟁 금고 확충 △유럽 단일 대오 붕괴 등을 러시아가 강제한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의 이유로 분석한다.

◇정말로 가스 끊은 러시아…“폴란드에 대한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부터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내지 않으면 공급을 끊겠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한 건 지난 3월 31일이었다. 가스 대금의 97%를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던 유럽 국가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러시아 국가 재정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러시아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의 의표를 찔렀다. 4월 27일 오전, 러시아는 앞장서 ‘루블화 결사반대’를 외치던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들어가는 가스관을 정말 잠갔다. 포탄을 날린 것과 다름없었다. 실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가스공급 중단은) 러시아의 가스 제국주의가 폴란드를 공격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가스 수요의 각각 45%와 8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의 실력행사에 유럽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가스 국영기업 가스프롬과 여러 유럽 구매자들이 맺은 계약은 기밀이다. 따라서 유럽 각국이 언제 러시아에 가스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는 4월에 인도된 가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5월에 위기에 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FT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 최대 가스 구매자인 독일의 유니퍼와 이탈리아의 에니는 5월 말에 가스 구매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계약 위반 반발…러시아의 노림수 =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애초에 계약한 유로화나 달러화로 가스 대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 날, 불안해하는 회원국들을 향해 “러시아의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루블화로 가스 대금 지급을 꺼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큰 이유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밝힌 대로 제재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수입업체들이 루블화로 가스 대금을 결제하려면 당연히 유로화를 루블화로 바꿔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EU의 제재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중앙은행과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러시아가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를 통해 노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고안한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게 만들어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부분은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와 관련 있다. 유럽 국가들이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해 러시아에 내는 금액은 하루 3억50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달한다.

이같이 막대한 액수가 루블화로 교환될 경우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 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힌 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70루블 안팎으로 안정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루블화가 1달러당 140루블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가치가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이 경우 러시아 물가가 안정되는 등 러시아 경제에 도움이 돼 역시 제재를 회피하는 효과가 생긴다.

◇불안한 가스 가격…유럽 적전 분열 = 러시아의 또 다른 노림수는 가스 가격 인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한 날 유럽 천연가스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20% 이상 오른 119.0유로에 거래됐다. 같은 날 미국 천연가스도 5% 상승한 100만Btu(열량 단위)당 7.194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4일 100만Btu당 8.16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거나 잠근다고 위협할 때마다 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러시아의 수익 증대로 이어져 러시아의 전쟁금고를 불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컬렌 헨드릭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T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나쁜 행동에 대한 예상 비용을 낮추고 위험한 행동에 대한 부분적인 보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공포에 질린 유럽은 적전 분열 상태다. 이 역시 러시아의 노림수로 관측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최소 10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이미 지급했거나 지급을 위해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방크에 계좌를 개설하는 등의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루블화 결제를 수용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특히 친러 성향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수반으로 있는 헝가리 정부 외교장관은 헝가리와 러시아 가스프롬 간 쌍무 계약에 EU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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