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같이 갑시다’ 윤석열(왼쪽 사진)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20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안보·경제 넘어 자유가치 공유

경제·기술 영역 결속 강화
국제사회 현안에 공동 대응
경제 위상에 따른 역할 찾기

설리번 “수출 통제도 논의”
尹 “韓·中관계 제로섬 아냐”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기술 영역에서 결속 강화를 토대로 포괄적 전략동맹의 실질적 이행을 확인하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보다 굳건한 협력을 약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는 그동안 군사·안보 영역에 치중해 온 동맹을 첨단산업 수출통제와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등을 위한 기술동맹으로 넓혀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근간으로 안보와 경제를 넘어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국제사회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며 더욱 밀착하려는 의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한·미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서부터 강조해 온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최근 미·중 전략경쟁 속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경제안보 공조 강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한국으로 오는 기내 브리핑에서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통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우리의 접근 방식을 우리의 원칙에 따라, 사례별로 조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통제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원천기술 협력,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 등을 의제에 올려 상호 보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할 전망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동참 결정과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협력체) 워킹그룹에 대한 참여 의지도 기술동맹으로의 진전을 보여준다. 다만 한·미의 경제·기술분야 협력 강화가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일환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자칫 한·중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굳이 없다”면서 “중국과도 경제 관계를 잘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을 본격 선언하고 북핵 문제 해결 외에 민주주의와 기후변화 등 가치 공유에 기반한 협력에서도 더욱 일치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초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경제 위상에 맞는 국제적 역할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를 놓고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출발한 한·미 동맹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류제승 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한반도에만 국한된 동맹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세계적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며 “IPEF 동참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에 있어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동맹의 범위와 의제를 최대치로 확장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과거에는 한·미가 그렇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면 지금은 실제로 이행하겠다는 걸 IPEF 등의 사례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