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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20일(金)
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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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싱아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은 박완서의 소설 제목이 낯설기만 할 것이다. 아니, 싱아의 실체를 아는 이들도 오히려 제목 속의 싱아가 무엇일까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풀의 이름이 표준어로는 싱아이고 박완서의 고향인 개성을 포함해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도 싱아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시엉, 셩, 수영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독초가 아닌 한 식물 대부분의 애순은 달큼하다. 이른 봄 푸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의 산에는 애순 천지다. 소나무, 아까시나무의 애순은 나물로는 먹지 않지만 산에 올랐을 때 갈증이 나면 먹을 만하다. 막 나오기 시작한 순이어서 질기지도 않고 촉촉한 물기에서 나무 특유의 향도 느껴진다. 싱아도 그렇다. 짙푸른 잎을 헤치고 붉은 기가 도는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겨 베어 물면 새콤달콤하면서도 촉촉한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 독특한 맛 때문에 서울로 이사 온 박완서가 인근의 야산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박완서의 물음에 답을 못했다. 아니, 박완서의 물음 자체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어느 야산이든 오르기만 하면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싱아다. 특별히 땅을 가려 자라는 것도 아니고 몸에 좋다는 소문에 씨가 마른 것도 아닐 것이다.

존재하되 보지 못하면 없는 것이다. 필요치 않아 찾을 이유조차 없어 굳이 눈을 부릅뜨고 보지 않으니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싱아를 비롯한 많은 풀들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산과 들에 자라나던 온갖 풀들이 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상에 올랐지만 이제는 길러낸 채소들만 상에 오를 뿐이다. 길을 가다 시선을 낮추면 융단처럼 펼쳐진 풀꽃을 볼 수 있는 시절이 왔다. 그 많던 싱아처럼 수많은 풀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우리와 지구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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