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뼈도 공격해 골다공증 등 후유증… 보고된 증상만 200개 넘어

■ What - ‘롱 코비드’ 유형과 대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WHO “감염후 3개월내 후유증 발생해 두달이상 지속되는 상태”
바이러스 체내 잔류, 면역계 자극하기 때문인 듯

호흡곤란·인지장애·피로 호소가 최다
美선 확진자 27 ~ 33%가 겪어, 韓도 전담 의료기관 지정키로

4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 10일 코로나19에 확진되고, 18일 격리에서 해제됐지만 수면을 취하지 못할 정도의 두드러기 증상이 계속됐다. 병원에서 면역력 저하에 따른 현상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이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뼈도 공격해 감염 후 완치되더라도 골밀도 저하, 골다공증 등 뼈 관련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감소 추세지만 코로나19 후유증을 뜻하는 ‘롱 코비드’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앓은 이후 기침과 후각·미각 상실을 비롯해 피로감, 숨 가쁨 등의 증상이 일정 기간 계속되는 롱 코비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19에 맞서 2년 넘게 백신 개발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정책을 펼쳤지만, 후유증 대응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유례없는 팬데믹을 경험했던 만큼 단순한 질병 후유증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추가 비용을 일으킬 수 있어 세계 주요 국가들은 ‘롱 코비드’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롱 코비드의 다양한 유형 =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후유증이 3개월 이내에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4주 후에 보이는 증상을 롱 코비드로 정의하고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언급되는 증상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어도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후유증인지 단순 질병인지 명확히 가를 판단 기준이 없다. 학계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체내에 잔류해 면역계를 자극하거나 감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면역계가 교란돼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의 체내에는 바이러스 리보핵산(RNA)이나 단백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많거나 자가면역 같은 면역계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지난 2020년 5월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경도·중등도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주기적으로 체내 조직을 연구한 결과 판정 후 첫 주까지 절반(49.2%) 정도가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고, 이 중 12.7%는 완치 판정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3.8%는 7개월이 넘게 같은 증상이 유지됐다. 체내 바이러스 잔류가 롱 코비드의 원인이라면 수개월 간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 홍콩의대 켈빈 영 박사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뼈도 공격해 골다공증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후유증의 종류가 다양한 것도 일반 질병과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재닛 디아스 세계보건기구(WHO) 응급프로그램 임상사례관리 총괄은 최근 인터뷰에서 “실제 보고된 롱 코비드 증상만 200개 이상이었다”며 “호흡곤란, 브레인포그(brain fog)라고 불리는 인지장애, 피로감 등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롱 코비드에 대한 보고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특이적인 치료법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롱 코비드는 증상이 다양하고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 만큼, 상황에 맞는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들이 있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완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상에 따른 대증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롱 코비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에 비해 후유증 증상이 더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롱 코비드 극복 = 미국 CDC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이후 27∼33%의 환자가 롱 코비드 증상을 나타냈다. 약 31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국민이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사회 전반의 문제로 파급될 수 있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롱 코비드 대응 예산을 담아 대응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4월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함께 120일 이내에 연구 계획을 구체화하고, 롱 코비드 전문 클리닉 설치에 2000만 달러(약 252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3년 예산에서 2500만 달러(316억 원)를 CDC에 추가로 할당해 롱 코비드 연구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롱 코비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020년 10월 롱 코비드 관련 초기 대응을 발표했으며, 담당 클리닉 설립을 위해 2400만 파운드(381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 초 기준으로 90여 곳을 운영 중이다.

영국은 롱 코비드에 대한 경제 손실을 우려해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4월 런던에 위치한 공공정책연구소(IPPR)는 보고서를 인용해 롱 코비드로 인한 올해 경제 손실이 80억 파운드(12조72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 또한 롱 코비드 대응 클리닉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호흡 치료’를 위해 지난해 5월 2800만 유로(378억 원)를 편성한 데 이어 올해 2400만 유로(324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프랑스 보건당국(HAS) 또한 지난해 2월 롱 코비드 환자 후속 조치를 위한 공식 지침을 발표했다. HAS는 코로나19 후유증이 다양한 만큼 심리학자와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발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롱 코비드 클리닉을 개설했고, 추후 클리닉 수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지난해부터 롱 코비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당시 후유증 조사를 토대로 롱 코비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인수위는 ‘코로나19 대응 100일 로드맵’을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 소아·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단·장기 후유증 관찰 연구를 개시하고 롱 코비드 환자를 진료하는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