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복분자·고르곤졸라 어우러진 강한 끝맛 차는 기본… 와인·위스키 곁들여도 ‘환상 조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파티세리 아모니에서 내는 가나슈 샌드쿠키(왼쪽)와 피낭시에.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구움과자

글로벌 미식가들에게도 요즘 가장 큰 화두가 되는 것이 ‘한국적인 맛’과 ‘발효의 맛’입니다. 장(醬)의 맛을 모티브로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젊은 셰프들이 있습니다. 모던 코리안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낸 정식당, 밍글스, 주옥 등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코스 요리의 핵심 코드를 한국적인 맛과 재료로 잡아 계절마다 아름다운 차림을 준비해냅니다. 그 차림의 마지막은 디저트입니다. 인절미 마카롱, 대추고 초콜릿, 장 트리오 등의 재기발랄한 시도들이 서서히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장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뉴욕 정식당, 서울 청담 정식당의 디저트팀 헤드셰프 출신의 손연화 셰프는 올해 1월, 성수동 조용한 대로변에 자신만의 작은 공간 ‘파티세리 아모니’를 열었습니다. 마침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오는 9일까지 아모니의 팝업이 진행돼 아모니의 남다른 구움과자를 쉽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남다른’이라는 표현에서 눈치채셨나요. 손 셰프가 선보이는 두 가지 카테고리의 구움과자들은 꽤 독특합니다. 선택한 식재료가 만들어내는 맛에서 한 번, 완성된 맛과 와인이 조화롭게 매칭되는 치밀한 설계에서 한 번, 두 가지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버터의 풍미를 기본으로 한 피낭시에와 재료의 맛을 크리미하게 표현한 샌드 쿠키로 장르를 나눴습니다. 버터를 태워 만드는 피낭시에는 황금빛 금괴를 떠올리게 되는 구움과자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노골적으로 재료의 맛을 표출해내는 반죽이라 세심하게 맛의 조합을 대입해야 합니다.

아모니의 피낭시에는 상냥한 뉘앙스의 바닐라를 시작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 디저트 재료인 대추, 늙은 호박을 비롯해 꿀고구마, 복분자, 고르곤졸라, 쪽파체다, 흑임자콩떡까지 짭조름한 맛을 포인트로 끌어올립니다. 와인은 물론 위스키와의 조합도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우아한 모양의 가나슈 샌드쿠키에서는 조금 더 용기를 낸 시도가 엿보입니다. 볶음 된장 캐러멜과 녹차 완두, 당귀쌍화 카카오, 자색 고구마 이렇게 4가지를 준비하는데 이 된장과 캐러멜의 조합은 치즈의 쿰쿰한 풍미를 넘어서 정말 매력적인 맛을 만듭니다. 저는 당귀쌍화 카카오 샌드 쿠키도 꽤 맛있게 즐겼답니다. 이런 강한 향의 조합을 끌어안을 수 있는 캐러멜과 카카오의 너른 맛도 인상적입니다. 오디나 복분자와 같은 다디단, 하지만 검붉은 과실만이 남길 수 있는 끝 맛까지도 세심하게 선택해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자들의 노고는 크게 감사할 일입니다.

단순히 맛이 있어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맛이나 향·뉘앙스를 지닌 취향을 찾고 즐기게 되는 일은 일상에서 무엇보다 즐거운 모험이 시작되는 첫걸음입니다. 2022년의 남은 반은 스스로가 즐거운 취향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152 1층 파티세리 아모니. 0507-1374-0261 / 6월 3∼9일 휴무(현대백화점 팝업 영업, 12일 휴무) 12:00∼18:30. www.instagram.com/patisserie_armoni/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