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잡지 ‘학원’ 수익금은 물론 빚까지 내서 장학금 주셨던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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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습니다 - 김익달 학원사 이사장님(1916∼1985)

공주교육대에 갈 때마다 교정에 서 있는 큰 은행나무를 보게 된다. 수십 년 전 전신이었던 공주사범학교 병설 중학교에 다닐 때, 그 은행나무 밑에 앉아서 나의 장래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삼스럽다. 집에서는 사범학교로 진학해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가 되라고 했으나 나는 결코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우연히 시내 서점에서 월간 학생 교양지 ‘학원’(學園)에 실린 제6기 학원 장학생 선발시험 공고를 보게 되었을 때, 나는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심정이었다.

전국 360여 개 학교의 지원생 중에서 1차로 60명을 서류심사로 뽑고, 서울 학원사에서 5개 과목 필기 고사를 치러 최종 20명을 뽑았다. 나는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6기 장학생으로 선발돼 고교 3년, 대학 4년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장학생 선발 면접고사에서 처음 뵌 국내 출판 1세대이자 출판계 대부인 김익달 학원사 이사장님은 근엄하면서도 따뜻하셨다. 응시생 60명에게 점심도 사 주시고 왕복 교통비와 용돈 그리고 학원사에서 나온 서적들을 주면서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

1952년 11월 1일, 월간 학생 교양지 ‘학원’을 6·25전쟁 중 피란 갔던 대구에서 창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수익금으로 다음 해에 학원 장학생을 선발하셨다. 해마다 늘어 가는 장학생들에게 지급할 장학금을 한 번도 늦추거나 하지 않고 꼬박꼬박 보내 주셨다. 어떨 때는 살고 계시는 집까지 담보로 잡아 빚을 내어 장학금을 지급하셨다고 하니 눈물겨운 감동이 눈앞을 가린다. 이사장님은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생각하는 힘’을 갖게 했으며, 한국 산업화·민주화의 밑거름으로 성장시켰다. 훗날 장학생들은 과학자, 교육자, 정치인, 관료, 언론인, 의료인, 법조인, 화가, 도예가, 전문 CEO 등으로 성장했다.

일생 가난한 학생들과 농민들을 사랑하시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출판사인 학원사를 이끌고 수많은 양서를 내셨던 학원 선사는 참으로 이 세상에 사랑과 희생으로 빛을 전파하고 떠나간 의인이셨다. 장학금 말고도 해마다 수해 등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장학회에서는 별도의 위로금을 보내 주시곤 했으나 나는 그저 받기만 했지 아무것도 보답해 드린 것이 없다.

내가 신혼 때 장학생들이 광릉숲으로 야유회를 갔었다. 배구를 하면서 선후배들이 열광할 때, 가까이 다가오셔서 “너무 세게 때리지 마라, 다칠라” 하시던 모습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경북 상주의 빈농에서 출생해, 초등학교 졸업 후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서점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학원사를 세우셨으며, 수많은 장학생을 뽑아 인재를 기르셨다. 또 학원 문학상 제도를 병설해 유명 문인들을 길러 내셨다. 말년에는 고향 상주를 이상적인 농촌으로 만들기 위해 농촌 잡지 ‘농원’(農園)을 무리해서 창간, 보급하시다 어려움을 겪고 병을 얻으셔서 끝내 우리 곁을 떠나가신 학원 선사님! 초판 10만 부를 찍을 정도로 농촌과 농민을 사랑한 그였지만 통권 44호 1967년 12월호를 끝으로 폐간하고 말았다.

일생 베풀고 주기만 하시다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신 김익달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이명언 국립 공주대 명예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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