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국민 MC’ 송해의 노제에서 KBS 악단이 ‘전국노래자랑’ 시그널 송을 추모곡으로 연주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송해길·KBS본관 앞서 노제
주민 30여명 새벽에 작별인사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송해가 있다. 선배님 안녕히 가시라.”
방송인 이용식의 이 한 마디에 지난 8일 별세한 ‘국민 MC’ 송해의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뜨겁게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쳐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송해는 95년의 삶을 뒤로하고 영면에 들었다.
10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과 지인, 연예계 후배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학래가 “오늘만큼은 마음이 슬프더라도 즐겁게 보내드리자”고 당부했지만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오랜 세월 고인과 가깝게 지낸 이용식은 “이제 수많은 별이 떠 있는 천국에 가셔서 그렇게 형이라고 부르시던 구봉서 선생님도 만나시고 이주일 선배님도 만나서 우리 후배들 잘 있다고 안부 좀 전해달라. 이곳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많은 사람과 힘차게 외쳤지만 이제 수많은 별 앞에서 천국노래자랑을 외쳐달라”며 울먹였다.
이어 먼저 떠난 아내, 대학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아들을 평생 그리워한 고인을 염두에 둔 듯 “천국에서 아드님과 사모님, 다 함께 만나서 이제는 아프지 마시고 편히 쉬시라.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송해가 있다. 선배님 안녕히 가시라”고 추도사를 갈음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지난해 개봉했던 고인의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에서 발췌한 생전 육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송해의 상징인 “전국∼”이라는 선창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노래자랑∼”이라고 화답했다.
영결식을 마친 후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등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 운구차는 그가 애용하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로 향했다. 평소 고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해오던 인근 상인과 주민 30여 명이 미리 거리를 청소하고 고인이 좋아하던 ‘빨간 뚜껑’ 소주를 준비하는 등 정성껏 마지막 가는 길을 닦았다.
송해의 외손자가 영정사진을 들고 인근 건물에 있는 고인의 사무실을 들르는 등 노제를 마친 운구차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으로 향했다. 고인과 함께 전국을 돌았던 ‘전국노래자랑’ 악단이 운구차를 맞았다. 매주 일요일 점심, 대한민국 국민의 흥을 책임지던 ‘전국노래자랑’ 시그널 송이 이날만큼은 추모곡으로 쓰였다. 고인과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던 임수민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고, 김의철 KBS 사장은 “선생님의 작은 거인 같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세상의 모든 걱정 내려놓고 편히 영면하소서”라고 애도했다.
한편 고인의 유해는 화장된 뒤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잠들어 있는 아내 석옥이(2018년 별세) 씨 곁에 안장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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