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서울시 개혁 啐啄同時(줄탁동시) 필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곽선미 전국부 차장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서울 지방자치 풀뿌리 조직에 해당하는 자치구 구청장도 4년 전 24 대 1에서 8 대 17 구도로 무너졌다. 서울시 예산안 심의권, 행정 감사, 조례 제정 및 폐지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지닌 서울시의회 역시 민주당은 112석 가운데 36석만 건져 4년 전 110석 중 102석을 ‘싹쓸이’했을 때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중앙 정치 무대인 국회에서 민주당은 계파 갈등 표출 등 격랑 속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내부 수습 중이다. 그런데 정작 기초의회를 비롯한 풀뿌리 조직들은 어떠한가. 패배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선거 직전까지 행한 일들을 보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불과 3주 남겨둔, 즉 자신들의 임기 1개월 반 남은 시점에 시의원을 보좌할 정책지원관 27명 채용에 나서 알박기 논란을 일으켰다. 현직 민주당 시의원 한 명은 공천에서 배제되자,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 4급 상당 전문위원직 채용에 돌연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 시의원이 제명 직전 탈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지난 2010년부터 3차례 연속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12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사실상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방탄’ 역할만 하다 마침표를 찍었다. 오는 7월 시작되는 11대 시의회에서도 자성 없이 과거 발목잡기 행태만 되풀이한다면 4년 뒤 지방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

야당의 변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 노력으로 협치의 손을 과감히 내밀어야 한다. 위축된 야당을 다수의 힘으로 억압하려 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뿐이다.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이 지방선거 직전 다수 의석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는 등 일방통행식 정치 행태로 참패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 시장도 과거 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 문제로 시장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협치에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복귀한 뒤 시민단체 예산 삭감 등으로 시의회와 번번이 부딪치는 과정에서도 오 시장 소통 방식에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책 ‘대의민주론’에서 다수파만을 대표하는 민주주의를 ‘거짓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참된 민주주의’ 구현을 주장했다.

다수파가 당파적 이익에 따라 계급입법을 시도할 때 대의민주주의는 존립이 흔들린다고도 지적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서울 25개 자치구는 물론, 426개 행정동에서 모두 상대 후보를 앞섰다. 인물 경쟁력은 물론, 합리적 보수를 자임하는 오 시장에 대한 균형 기대감도 투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최초 4선’ 고지에 올라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오 시장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기성정치에 모범을 보인다면,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역사의 물줄기는 그를 향해 흐를 것이다. 시대는 새 정치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