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민 피로도 높인 방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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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사회부 차장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가 때아닌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달 20일에 이어 두 번째로 격리 의무를 연장하면서 4주 단위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정부는 4주 이전이라도 기준에 맞으면 격리 의무를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격리 의무가 4주짜리 ‘시한부’ 정책이냐”, “유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격리 해제가 그리 급한가” 등 쓴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이 아프면 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소모적인 논란거리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격리 의무를 논쟁화한 것은 신·구 정부다. 단초는 법정감염병 등급 하향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이양을 보름 앞둔 지난 4월 25일 코로나19를 1급에서 2급 감염병으로 하향했다. 후속 조치인 격리 의무는 한 달 후 폐지하겠다고 했다. 등급 하향은 전례가 없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감염병은 1급을 유지했다. 효과 좋은 치료제와 백신이 보급된 신종플루도 예외가 아니다. 문 정부가 등급 하향을 처음 언급한 4월 초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세계 최악이었던 시기다.당시 생후 18개월 아기는 확진된 후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숨졌고, 감염된 임신부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송돼 출산했다. 정권 교체기에 조급하게 실시된 조치라는 비판이 거셌던 이유다.

바통은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았다. 문 정부가 큰 틀을 짜놓은 일상회복 체계에 맞춰 격리 해제 조건을 4주마다 살펴보겠다고 공식화했다. 치명률 등 6가지 판단 지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표와 격리 해제 여부를 연결 짓기엔 비과학적 요소가 많다. 격리 의무를 풀려면 먼저 바이러스 특성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가 7∼10일간 전파력이 있다는 건 과학적 사실이다. 국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단일 질병이란 점도 변하지 않았다. 격리 해제 근거가 빈약하다는 얘기다. 격리 해제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격리를 풀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인명 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든 요즘이다. 재유행 규모에 대한 예측은 달라도 재유행 가능성을 부인한 전망은 없다. 지금 같은 소강기에는 격리 해제 검토를 되풀이하기보다는 재유행을 대비하는데 사회적인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누군가 죽어야 병상이 나오고 병원 문턱도 못 넘은 채 환자들이 숨지던 것이 불과 석 달 전이다. 코로나19를 일상 의료체계로 편입하는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자들은 확진돼도 평소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대면진료를 받지 못한다. 중환자와 산모·소아 병상도 재정비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는 병상을 줄이면서 화장장 확충을 재유행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이미 실패를 전제로 한 대책이다. 재유행이 닥칠 때 어떤 변이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바이러스 변화를 예상하기 힘들다면 의료체계라도 준비해야 한다. 4주마다 피로도만 높이면서 격리 문제를 다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코로나19에 걸려서가 아니라 진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환자는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