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50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왼쪽)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후안 페론 대통령. AP
뮤지컬 ‘에비타’의 대표곡이자 동명의 영화에서 마돈나가 열연하며 부른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 귀에 익숙한 이 노래의 주인공 에바 페론(본명 마리아 에바 두아르테 데 페론)은 1919년 아르헨티나의 시골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5세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상경해 삼류배우를 시작으로 라디오 성우 등을 하며 이름을 알려 나갔다. 그러다 1944년 한 모금행사에서 노동부 장관이던 후안 도밍고 페론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고 에바는 1946년 대선에 나선 남편의 유세에 동행해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하며 27세의 나이로 퍼스트레이디 자리에 올랐다.
후안은 집권 후 외국 자본을 배제하고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퍼주기식 복지 정책들을 쏟아냈다. 에바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 앞장섰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학교와 병원, 보육원을 지으며 빈민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벌였다. 부부는 포퓰리즘 정책인 ‘페론주의’를 내세우며 인기를 누렸지만, 국가 재정은 악화했고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다.
1952년 7월 26일, 작은 에바라는 뜻의 애칭인 ‘에비타’로 불리며 대통령보다 더 사랑받는 대통령 부인이었던 에바는 백혈병과 암으로 33세에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은 한 달 동안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3년 뒤 후안은 쿠데타로 쫓겨나 망명하게 됐고 에바의 시신은 군부에 의해 해외를 떠돌았다.
‘에비타’ 향수에 젖은 대중은 1973년 대선에서 후안을 또다시 선택한다. 그러나 후안은 임기를 1년도 못 채운 채 사망했고 세 번째 부인이자 부통령인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직을 물려받지만 역시 1976년 쿠데타로 물러났다. 지금까지도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세기 초 세계 5위의 부국이었던 나라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반복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빈민의 성녀(聖女)’로 추앙받는 에바는 실제로는 사치가 심했고 횡령한 거액의 돈을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옮겨놓은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올해로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된 에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마치 그가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라고 노래 부르는 듯, 여전히 에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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