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사 패싱” 여권 일각 주장과 배치
윤 정부 장관들, 한 목소리로 어민 북송 비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북한 어민의 판문점 통과를 유엔군사령부가 승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유엔사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어민 북송이 이뤄졌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배치된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정치·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유엔사가 (판문점을 통한 북송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같은 당 태영호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북송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한 유엔사를 패싱하고 국방부에 (판문점) 개문을 지시한 것이 팩트가 아닌가”라고 물었을 때에도 “유엔사의 승인 없이 판문점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사 승인하에 판문점을 통한 것은 사실”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이 장관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권 장관은 ‘2019년 당시 통일부가 (판문점을 통한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한) 승인을 유엔사에 얻었느냐’는 하 의원의 질문에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여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을 북송할 당시 유엔사를 ‘패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태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어민 북송 당시 유엔사는 문재인 정부 측 송환 협조 요청을 5∼6차례 거부하고 ‘판문점 내에서 포승줄과 안대 등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장관들은 전 정권에서 이뤄진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권 장관은 ‘지난 5년간 이번 어민 북송과 같은 강제 북송 사례가 있느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번 사례가)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송된 유일한 케이스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해 “분명히 잘못된 조치”라며 “기본적인 헌법 규정과 헌법 가치를 훼손한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권 장관은 “흉악범이라고 해서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게 빤히 보이는 북한으로 보내는 처사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장관은 “우리가 살인 관련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수용한 게 6건인데 그 중에 5명은 살인이고 1명은 살인미수”라면서 “그걸 보더라도 우리가 지난 정부에서 북송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사건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 등을 포함해 북한 인권 논의에 적극 동참하고 자유·민주·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적극 발신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우리 영역에 들어와 보호 신청을 한 북한 주민을 강제로 추방할 수 있는 법률이나 판례가 존재하느냐’는 태 의원의 질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북한으로 보낼 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의 사법·수사시스템은 흉악범을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에 따라 (북송 어민을) 처벌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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