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식 인구 10년 만에 10배 ↑
유통업계, 채식 간편식·비건 주류 출시
“비건 열풍, 식품 벗어나 다양한 업종으로”

현대그린푸드의 채식 간편식 신제품 순두부강된장 해초밥·호두고추장 비빔밥.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직장인 고 모(41) 씨는 얼마 전부터 되도록 육류를 피하고 채소나 곡물 위주로 끼니를 해결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비윤리적으로 이뤄지는 가축 사육 영상을 본 후 선뜻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손이 가지 않아서다. 고 씨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완벽한 채식은 불가능하지만, 집에서 밥을 먹거나 혼자 끼니를 때울 때는 주로 채식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비건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5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채식 인구는 10년 만인 지난 2018년 1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유통기업들은 비건족을 겨냥한 식품이나 주류, 화장품 등 제품을 쏟아내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6일 마켓컬리에 따르면 회사의 올 상반기 비건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건 김밥이나 비건 만두, 비건 빵 등 식품을 비롯해 비건 립밤, 비건 선크림 등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뷰티 제품 판매량도 증가세가 컸다.

식품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채식 간편식을 경쟁적으로 출시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는 채식 간편식 신제품 ‘베지라이프’를 출시했다. 함박스테이크·순두부강된장 해초밥·호두고추장 비빔밥 등 6종으로 구성했다. 농심도 최근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신제품 ‘고소한 불고기 볶음밥’과 ‘매콤한 김치불고기 볶음밥’ 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켓컬리 비건 제품 판매량 추이. 마켓컬리 제공.

주류업계도 비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는 지난해 비건 와인을 포함한 친환경 와인 판매량이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건 와인은 생산할 때 젤라틴이나 부레풀, 카제인 등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제품을 뜻한다. 신세계L&B는 현재 취급하고 있는 비건 와인 제품을 연내 2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평주조는 최근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지평 생 쌀막걸리 △지평 생 옛막걸리 △지평 일구이오 △지평 이랑이랑 등 막걸리 제품 4종에 비건 인증을 받았다.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비건 뷰티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프레시안’를 지난 6월 론칭했다. 프레시안은 무화과와 마데카소사이드, 히알루론산 5종 등 성분을 함유해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안전한 메이크업 제품을 표방한다. 생활문화기업 LF는 프랑스 비건협회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비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통해 다양한 스킨케어 라인 제품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261억 달러(약 33조 9000억 원)에서 오는 2028년 613억 달러(약 79조 6000억 원)로 연평균 13% 성장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건 제품은 ‘가치소비’를 표방하는 20·30세대로부터 특히 주목받고 있다”며 “그간 식품에 한정됐던 비건 소비 흐름이 다양한 업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