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난동’ 부실대응 논란 경찰들, 해임취소 소송

전직 순경 A 씨 및 경위 B 씨
“해임 처분 과해” 소송제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범행 현장을 벗어나 있던 경찰들. 연합뉴스·‘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 측 제공

지난해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 대응에 부실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전직 경찰 2명이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된 전직 순경 A 씨와 전직 경위 B 씨는 인천경찰청장을 상대로 각각 해임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소송을 냈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뒤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이번에 ‘해임은 너무 과한 징계여서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두 사람은 제 각각 변호인을 선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 재판은 인천지법 행정1-2부, B 씨 재판은 같은 법원 행정1-1부에 각각 배당됐다. 법원은 이들의 소장을 인천경찰청에 발송하고, 이에 경찰은 관련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소송 모두 첫 심리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는 이미 해임된 신분이고, 해임처분 취소 확정판결이 나오면 해임됐던 날 기준으로 다시 복직하게 된다”며 “(경찰 측도) 현재 소송 수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이었다. 이들은 이 빌라 4층에 살던 C(49)씨가 3층에 거주하던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를 당시 범행을 제지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 부실 대응 논란 속에 해임됐다. 당시 사건으로 흉기에 목을 찔린 피해자는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고, 그의 남편과 딸도 부상을 입었다.

특히 피해자 측이 공개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 씨와 B 씨의 당시 사건 대응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C 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A 씨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 현장을 이탈했다. 빌라 밖에서 피해자 남편과 있던 B 씨는 비명을 듣고 빌라 내부로 다급하게 진입했지만 당시 계단을 내려오던 A 씨와 마주치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의 남편만 범행 현장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A 씨와 B 씨는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으로 무장하고도 범행 현장을 이탈했고,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했다.

당시 A 씨는 2020년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4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배치된 시보 경찰이었으며 B 씨는 2002년에 경찰이 된 후 19년간 근무한 상태다. 이들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A 씨는 사건 당시에 대해 “당시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뒤) 솟구치는 피를 보고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며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B 씨도 “(증원 요청을 하려면) 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올해 4월 5일 현장 CCTV 영상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트라우마로 현장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A 씨의 변명은 거짓말”이라며 “이미 칼부림이 발생했는데도 경찰관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한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피해자 남편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연행했다”며 “경찰들이 건물로 진입해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데 넉넉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