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또 인정

2017년 집단 소송 제기…5년 만에 판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예술인들이 또다시 승소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부장 문성관)는 25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고연옥 극작가를 비롯해 문화예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을 모두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선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들은 2017년 2월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는 약 5년 만에 나온 1심 결과이다. 소송을 제기할 당시 원고는 500여 명에 달했지만, 5년 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원고 중 다수는 지난 6월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 하에 정부를 반대하거나 야당을 지지한 전력이 있는 문화예술인에 대해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기금지원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 및 지원 배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이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이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두 사람의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법리 오해가 있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해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비슷한 취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예술인이나 영화사도 속속 승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제작·배급한 제작사 시네마달은 지난 5월 국가와 영화진흥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8000여만 원을 배상받으란 판결을 받아냈다.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또한 올해 1월 재판부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원고에게 각각 1000만~1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