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광장 페어링 가이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꿀냉녹차(왼쪽)와 헤이즐넛 라테.
과거 감성을 제품이나 콘텐츠로 풀어낸 것을 쉽게 ‘레트로’라고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 때 어린이부터 노년까지 너른 범위의 소비자층을 어우를 수 있는, 마법 같은 단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부터 ‘경성 꽈배기’ ‘효도 치킨’과 같은 외식업 브랜드에도 적용됐지요. 그런데 이제 단순한 레트로의 감성 마케팅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향유하고자 하는 목표는 물론, 소비자와 소비자가 누리는 문화에 얼마나 더 깊이 다가가느냐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서울 성수동, 안국동에 이어 광장시장에 4호점을 오픈한 카페 어니언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점을 고민한 듯 보입니다. 광장시장에서 붐비는 입구 중 하나인 남1문에 자리 잡은 어니언 광장시장(4호점)은 유수의 커피 브랜드들과 함께 ‘게스트 바리스타’(일명 ‘게바’)를 위한 원두 로스팅, 그리고 제주 ‘커피 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의 팝업이벤트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제주에 거점을 두고 있는 커피 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는 꾸준한 게바 활동으로 커피와 공간, 커피와 예술, 커피와 여행 등의 절묘한 접점을 한 잔의 커피로 전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이번 게바에서 선보인 원두는 ‘노스탤지어’(향수). 카페 어니언의 김준연 총괄이사는 ‘어느 이른 저녁 밥 짓는 향을 맡게 되며 떠올린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노스탤지어’는 커피의 맛을 노트에 국한하지 않고, 감정과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광장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생경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의 다채로운 향미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를 노스탤지어로 규정하고 구수하고 고소한, 또는 달콤하고 매끄러운 텍스처의 커피를 완성한 것입니다.
줄을 서서 주문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카페 어니언의 공간을 맡고 있는 팀 패브리커의 두 대표가 광장 페어링 가이드라는 종이 출력물을 하나 건네줬는데, 여기에는 현재 광장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매장들과 음식을 소개하고 거기에 페어링이 알맞은 카페 어니언의 커피 메뉴를 매칭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성미찻집(동부A-35호)의 라면을 주문할 때의 팁과 아이스 라테와의 페어링, 박가네 빈대떡(동부 A-59호)의 두툼한 빈대떡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조합 같은 것 말이죠.
전통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흔적은 이러한 광장 페어링 가이드뿐 아니라 음료 메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꿀냉녹차는 어릴 적 카트에서 사 먹던 냉차를 연상시키는 정감 어린 추억 같은 맛입니다. 곁들이는 베이커리 메뉴는 페이스트리 피자였는데 큼직하고 폭신한 페이스트리에 딸기잼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마치 커다란 프렌치파이 맛입니다. 카페 어니언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광장시장 풍경이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광장시장 남1문. www.instagram.com/onion.gwangjang/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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