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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2년 09월 20일(火)
‘불법파업으로 손해 입어도 손배소 금지’ 법안…“평등원칙 위배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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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담긴 노란봉투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 10문 10답 - 노란봉투법

불법 행위 조장 가능성 반발에도
민주·정의당 등 강력 추진 예고

노동계 “英처럼 손배액 상한 정해
소송부담으로 인한 죽음 없애야”

재계 “불법 쟁의에 대한 면죄부
입법 땐 점거·농성 빈번해질 것”

법조계 “헌법상 재산권 침해…
불법행위 정당화법 있을 수 없어”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기본소득당과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지난 15일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산업계와 여당의 반발에도 거야(巨野)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의 방법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기세다. 노란봉투법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노조 쟁의로 손해를 입더라도 회사가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재계가 법안에 반대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헌 소지부터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다”고 밝혔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법 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적·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느냐”며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1 노란봉투법이란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46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3명 등 56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시켜야 할 ‘22대 중요 입법과제’ 중 6번째에 선정하기도 했다.

앞서 19·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강민정·강병원·양경숙·이수진·임종성 의원 등이 유사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민주당 대표발의 법안의 공동 발의자 수는 10여 명 수준이었다. 특히 이 중 몇 가지 발의안에는 ‘폭력·파괴 행위가 있어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라면 손해배상·가압류가 금지된다’ 등 이번에 야당이 발의한 노란봉투법(폭력·파괴 등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주에서 제외)보다 더 급진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


2 명칭 어디에서 유래

‘노란봉투법’이란 명칭은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손해배상 판결에 맞서 손해배상액 10만 분의 1인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보내온 데서 유래됐다. 이후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름다운재단에서 정식 모금이 시작됐고, 모금 개시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 원이 달성됐다. 이후 모금 111일 만에 총 4만7000여 명의 국민이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7000만 원이 달성됐다. 노동 사안과 관련, 국민 참여 모금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노란봉투 모금행사는 정치권에서 ‘노란봉투법 운동’으로 이어졌다.


3 핵심은 제3조 1항 ‘손배 청구 제한’

노란봉투법 제3조 1항에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쟁의행위 등을 위한 근로자 또는 노조의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을 하청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확대했다.

노란봉투법을 대표 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노동 현장의 손배소는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기업 측이 손배소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배와 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 결사에 대한 구시대적 강압과 금지의 굴레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제3조 2항 ‘손해배상액의 제한’은

노란봉투법 제3조 2항에는 ‘제3조 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으로 인해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상한은 사업 또는 사업장별 조합원 수, 조합비, 그 밖의 노조의 재정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기재돼 있다. 야당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의 점거 농성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470억 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손해배상액 제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상임위에서 “노동자들이 합리적으로 갚을 수 없는 손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아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이번 기회에 노조의 싹을 자르고 정상적인 노동운동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참여한 22년 차 용접공에게 파업했다고 (손해배상 청구액을) 100억 원씩 물렸는데, 이 사람이 한 달에 207만 원을 받는다”면서 “무조건 불법을 옹호하고 면책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개인한테 100억 원씩이나 (손해배상을) 물리는 건 사람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왼쪽 두 번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8월 하이트진로 본사 앞 천막 농성장에서 이봉주 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등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 특수고용노동자 파업 사례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내에서도 종속성이 강한 택배기사와 대리기사, 보험판매원에 대해서는 근로자로 판단하고 노동조합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직접 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택배기사들은 직접 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가 아닌 원청을 교섭대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인정했지만,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특고 내에서 화물기사와 같이 사업자성이 강한 경우는 공식 노조를 만들지 않고 집단행동을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집단행동을 파업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노조 설립인가와 중노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행동’으로 분류한다.

6 재계는 ‘기업 죽이기’라는데

재계는 노란봉투법 입법이 이뤄지면 노조가 점거·농성으로 조업을 막는 행위가 더욱 과격해지고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호하겠다고 불법쟁의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사용자의 재산권만 지나치게 침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게 해 ‘노사 대등’ 원칙에 어긋나고, 시장경제 질서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거나 경감하는 것도 사용자 측에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손해배상액은 불법쟁의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통상의 손해 전부로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불법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직접적 영업손실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훼손, 노사관계 악화, 제3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가적 손실 등 간접적 손실에 따른 피해액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7 야권의 입법 강행 명분

야권은 노란봉투법 정기국회 통과를 통해 향후 막대한 손배소로 인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쌍용차의 경우 2009년 쟁의가 끝난 후 국가와 회사에 의해 제기된 손배소로 노동자와 그 가족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저는 그래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국가 손배소를 철회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이 결의안은 선배 동료의원 117명의 공동발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적 쟁의행위까지 모조리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간 재벌 대기업들은 손배 소송 만능주의로 노조를 무분별하게 옥죄여왔다. 천문학적인 손배 소송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영국은 최대 100만 파운드, 우리 돈 16억 원으로 손배 청구 상한액을 정해뒀는데, 수백억 원에 이르는 우리 손배 청구액과 대비되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사다리 아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현장을 찾아 농성 중인 노조원들과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8 찬반으로 갈라진 진보와 보수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는 ‘노동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노란봉투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노동권을 훼손하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그리고 원청 책임의 불인정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며 “노동자들이 단결해 파업하고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도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는 노란봉투법 개정을 결사반대한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명예회장은 “노조의 불법 활동을 가장 유효하게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라며 “폭력 등의 불법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노조의 불법 활동을 오히려 장려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9 노란봉투법 위헌소지

법조계에선 노란봉투법에 헌법상 평등 원칙 및 재산권을 침해할 요소가 있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노란봉투법은 노조라는 특정 단체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률이므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므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이 보장된다는 헌법 제23조에도 배치된다고 꼬집는다. 법의 대원칙상 불법 행위를 정당화해주는 법률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축시키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약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므로 노조가 파업이나 폭력·파괴 행위로 사측에 손실을 입혔다면 이에 대한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10 프랑스, 일본, 미국에선 인정되나

경영계에 따르면, 대다수 국가에서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연방노동관계법 제303조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정당성을 상실한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 민법 제709조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민법 제415조는 근로 제공의무 불이행 관련 손해배상 규정을 담고 있다. 독일은 노조가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하면 노조는 물론, 파업 참가 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정당한 쟁의행위 요건을 갖춰도 파업 개시 당시 행위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노조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또 민사소송법 제935조와 제940조에 따라 불법파업 참가자에 대해서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민법전 제1246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을 인용, 노조와 노조 대표, 노조원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다. 1982년에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입법이 있었으나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시행되지 않았다.

이해완·김성훈·정철순 기자 parasa@munhwa.com
e-mail 이해완 기자 / 정치부 / 차장 이해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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