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자격 취득자 급감...수사권 조정 후 수사부서 기피↑

취득자, 2020년 5020명 → 올해 1879명
수사자격 보유자 30%는 비수사부서 근무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후 경찰 내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사 경찰 자격인 ‘수사경과’를 취득한 경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 이후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자격 요건인 수사경과 취득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반면 자격 해제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2020년 경찰 수사경과 취득자는 총 5020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에는 전년의 60％ 수준인 2891명만 수사경과를 취득했고, 올해는 취득 인원이 1879명까지 줄었다. 올해 취득인원은 2020년의 37%에 그치는 것이다.

수사경과는 경찰이 수사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형사·지능·과학수사 등 분야를 일반경찰과 분리해 운영하는 인사 제도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돼왔다. 연 1회 형법·형사소송법·범죄수사실무 3가지 과목을 평가해 5∼6월 취득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수사경과 해제자는 2020년 1179명에서 2021년 3664명으로 크게 늘어 같은해 취득자 수 2891명을 앞질렀다. 올해도 해제자가 1629명에 달해 취득인원 187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 경찰 내 수사경과 보유자 2만5090명 가운데 비수사부서 근무자는 29.2%인 7332명에 달했다.

수사 경과 보유 인원의 이 같은 증감 추세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후 경찰 내 수사부서 근무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검경 수상권 조정으로 경찰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게 돼 수사부서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찰 내 수사부서 기피 현상으로 인해 사건 처리 지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수사미진’을 이유로 한 수사관 기피 신청 건수는 101건이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후인 2021년에는 413건, 즉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224건이 접수돼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신청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기준, 경찰이 처리한 범죄사건 137만여 건 중 사건 처리에 3개월 이상이 걸린 비율은 36만8644(26.9％)에 달했다. 전체 처리사건 중 9.5％인 13만여 건은 처리에 6개월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은 “경찰 수사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찰청의 대책 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부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수사부서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