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거듭하며 치명률 뚝… 유행상황·대응능력 따져보며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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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정부의 잇단 방역조치 완화

치명률 2% 넘던 ‘원조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과정서 0.11%로
먹는 치료제 구비·백신접종 등
일상 의료체계서 관리 가능해져

‘실외 마스크’ 의무 없어졌지만
독감 유행하면 ‘멀티데믹’ 우려
“실내 해제는 시기상조” 목소리
‘확진자 격리’도 신중하게 접근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인 마스크가 지난 26일 실외에서 전면 해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방역당국은 올해 들어 오미크론 유행을 거치면서 주요 방역 조치를 하나둘 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상징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 18일 해제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해외 입출국 규제도 모두 풀렸다. 방역 정책의 중심축도 집단적 규제에서 개인 자율로 옮겨졌다. 남은 조치는 요양병원·시설 비대면 면회,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격리 의무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종식되진 않았지만 국내외 유행 상황과 의료체계 대응 능력을 찬찬히 따져보면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천천히 나아가는 양상이다.

◇방역 완화는 엔데믹 준비과정= 최근 정부의 잇단 방역 조치 완화는 코로나19 사태 출구 전략의 일환이다. 내년 상반기 예상되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앞두고 코로나19 비상 대응 체계를 일상 대응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과정 중 하나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간이 흐를수록 독성이 약해졌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델타 변이 등의 국내 치명률은 2∼3%대였다. 델타 변이의 경우 전파력은 떨어졌지만 독성은 강했다. 지난해 여름 델타 변이가 유행했을 때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로 나와도 전국 중환자실은 꽉 찬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가 진화하는 과정에 전파력은 세지만 독성은 약한 오미크론 변이가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누적 치명률(27일 기준)은 0.11%다. 지난여름 6차 유행을 겪으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안팎을 오르내려도 중환자실 병상 상황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지 않은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과 달리 먹는 치료제와 백신 등이 구비된 것도 방역을 완화하면서 엔데믹을 준비할 수 있는 배경이다. 치명률이 낮으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일상 의료 체계 내에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하는 유행을 겪고 나서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5일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밝혔다. WHO가 ‘유행의 끝’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유행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출구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출구 전략 논의’를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내년 봄쯤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걸 목표로 방역 완화 전략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종식이 이어질 때 우리나라만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유행이 잦아들자 방역 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해제 등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이제 남은 방역 조치 완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유행 상황과 국민불편 등을 감안해 위험성이 낮은 방역 규제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먼저 풀릴 조치로는 요양병원·시설 비대면 면회가 꼽힌다. 이들 시설에서는 고위험군이 다인실에 밀집된 구조 탓에 6차 유행 직후인 7월 25일부터 대면 면회가 금지됐다. 해외 입출국 방역 조치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입국 후 1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는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입국 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입국 후 확진 비율이 0.96%(8월 21일∼9월 20일 기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입국자 전수조사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직은 팬데믹 우려…실내 마스크 가장 마지막에 풀 듯= 앞으로 방역 완화의 최대 쟁점은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격리 의무다. 실외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풀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면 엔데믹에 대한 선언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실내 마스크 해제를 두고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언젠가 풀어야 한다는 원론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시기와 대상 등 각론에서는 엇갈리고 있다. 우선 겨울이란 계절적인 요인이 부담이다. 올겨울에는 독감이 3년 만에 유행하는 데 이어 다른 감염병도 동시 유행할 수 있는 ‘멀티데믹’이 현실화될 우려가 상당하다. 국민 면역도 점차 소진되고 있고, 재감염자도 전체 확진자 10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지난해 가을 델타 변이 유행이 잠잠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11월에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지만, 사망자가 수천 명씩 쏟아져나오자 45일 만에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실내외 마스크를 모두 해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과 비교해 실내 마스크 해제 당위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와 문화, 인구 밀집도, 마스크에 대한 인식 등이 우리나라와 모두 달라 OECD의 마스크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스크 해제에 대한 수용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실외 마스크가 해제돼도 기저질환과 미감염 등 여러 이유로 시민들 대다수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올겨울이나 내년 봄에 ‘7차 유행’이 지난 후 전 국민이 일시에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확진자 격리 의무도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인 만큼 보수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6차 유행이 진정돼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상 발현 이후 바이러스가 7∼10일가량 몸 밖으로 배출되는 코로나19 특성이 바뀌지 않았다면서 성급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가지 감염병이 돌 수 있는 겨울을 앞두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 해제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두 가지 방역 조치는 팬데믹이 끝나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격리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코로나19 전파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차단벽’인 만큼 가장 신중하게 풀어야 할 조치라는 얘기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