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해임안 대격돌…야 “단독 처리” 여 “무책임 자해행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측은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안 관련해 김 의장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강경대치 치닫는 정치권

박홍근 “오늘 본회의서 처리”
국회의장·여야대표단 협의돌입
여 협의 불발 대비 ‘비상모드’
윤 대통령 “박진 능력 탁월” 감싸기

여야는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강경 대치를 이어갔다. 해임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표결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외교 수장의 협상력과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면서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에 없는 외교 대참사를 빚고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 있는 인사 조치가 이 시간까지 없었다”며 “국격을 훼손하고, 국익을 손상시키고, 국민을 기만한 정부의 주무장관에게 국민을 대신해서 책임을 묻는 것은 국회의 견제 의무이고 야당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박 장관 해임안 표결 처리를 위한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결집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의 해임안 발의와 관련해 “무책임한 국익 자해행위”라고 일갈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수용되기 어려운 건의안 의결을 남발하면 헌법상 해임건의안 효력만 없어지는, 희화화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김진표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해 “해임건의안을 상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정 위원장의 연설 종료 직후 “교섭단체의 대표위원들께서는 해임건의안의 처리와 관련된 의사일정을 조속히 협의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 김 의장은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해임안 처리를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협의 불발 시 오후 중에라도 표결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정의당 소속 의원 6명은 당 차원에서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을 감싸는 동시에 해임안 통과 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박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협치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박 장관은)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국민이 자명하게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접견 직전 기자들과 만나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최지영·서종민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