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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10월 05일(水)
“재일교포 역사에선 2세가 핵심…‘모자수’ 비중 적어 안타까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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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에서 선자의 아들인 ‘모자수’로 분했던 박소희 배우.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일교포 서사에선 2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 드라마 ‘파친코’서 ‘모자수’役 재일교포 배우 박소희

소설 발간전부터 작가와 인연
‘파친코’는 ‘재일 서사’대표작

재일교포들은 언제나‘경계인’
‘한인대회’참석해 고독감 치유
최근 한국이 상냥하게 느껴져

3세로 재일사회 가장 잘 알아
‘시즌2’에선 더많은 역할 기대


“자이니치(在日·재일교포) 역사에서는 2세가 핵심이에요.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2세(‘모자수’)의 존재를 부각하지 않았죠. 아쉬운 부분입니다. 글쎄요, 시즌 2를 기대해야 할까요? 하하.”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윤여정)의 아들 ‘모자수’역을 맡았던 재일교포 3세 박소희(47) 배우의 말이다. 일제강점기부터 4대에 걸친 재일 가족의 서사를 그린 소설은 한국·일본 배우들과 대부분 한국계 미국인인 제작진에 의해 드라마화됐다. 그 속에서 유일한, 그리고 ‘진짜’ 재일교포였던 박 배우는 “‘자이니치’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져서 기쁘다”면서도 “모자수의 비중이 적은 건 안타깝다”고 했다. ‘세계 한인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소설을 읽을 때부터 ‘모자수’에 관심이 갔어요. 복잡한 2세의 삶을 드라마가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으니까요.”

솔로몬의 아버지이자 ‘파친코’를 운영하는 모자수는 재일 2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1세들과 달리, 2세들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으나 한국식 가정교육을 받고, 밖에서는 일본인으로 살며 정체성의 고민과 사회적 차별 두 가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다. 동시에 파친코 등 ‘음지’ 일을 하며 경계인의 삶을 버텨낸 세대다. 박 배우는 “파친코 주인인 모자수가 기대만큼 등장하지 않아서인지, 아버지는 드라마 제목 바꾸라고 하신다”며 웃었다.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친코’ 시사회장. 손으로 가리킨 배지는 직접 제작한 것. 하나는 한반도, 하나는 일본 열도다. 박소희 배우 제공


박 배우는 소설 ‘파친코’가 발간되기도 전부터 이민진 작가와 연이 있다. 이 작가는 일본에서 살면서 소설 집필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수차례 박 배우와 만났다. 그는 자신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출신교이자 재일교포가 많이 다녔던 와세다대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또, 동창들도 소개했다. 소설 속 노아도 와세다대를 다닌다. 소설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자 누구보다 감격스러웠다. “재일교포에게 기독교식 이름은 생소하고 어색해요. 실제 교포들에겐 소설이나 드라마가 얕은 면도 있겠죠. 그래도 이 작품을 ‘재일 서사’ 대표작으로 꼽고 싶어요. 지금껏 이만큼 읽히고 화제가 된 ‘재일 이야기’가 있었나요?”

박 배우의 가족은 조부가 일제강점기 때 요코하마(橫濱)에서 건설 일을 하면서 일본에 뿌리내리게 됐다. 거의 한 세기가 흘렀지만, 여전히 ‘경계인’으로서의 고독감이 있다. 그가 해마다 ‘세계 한인 대회’를 통해 세계 각국의 교포들과 어울리는 이유다.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는데, 최근엔 한국이 참 상냥하게 느껴져요. 거리를 걸어도, 식당에 가도. 모국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일본에선 주로 연극무대에 섰고, 한국명 ‘박소희’로 활동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재일교포들에겐 일생에 한 번 ‘본명선언’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재일임을 숨기다가, 어느 순간 친구나 연인에게 이를 ‘커밍아웃’하는 것.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한국 이름을 썼기에 오히려 그런 곤혹을 피할 수 있었다. 2세로 그 모든 시간을 거쳐 온 부친의 방침이었다. “유치원에 입학하고 일주일 동안은 이름이 세 번 바뀌었어요. ‘아라키 히로’ ‘아라이 소희’ 그러다 ‘박소희’. 부모님의 고심이 느껴지죠?”

한국명을 쓰지만 한국인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학기 초엔 이름이 늘 놀림감이 됐다. 부친에게 한국 학교에 보내달라고 떼도 썼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 자랐고, 당연하게도 일본어가 가장 편안한 언어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선 일본 이름 ‘아라이 소지’로 활동한다. 그는 “일본인 역 오디션 때 ‘박소희’를 쓰면 오히려 선발이 어렵다”고 했다.

재일 한국인 3세로서, 그는 아마도 촬영 중 재일 사회를 가장 장 잘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인 배우들의 일본어 교사가 되어줬고, 미국인 제작진에 조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소설과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던 그는 조심스럽게 쓴소리도 남겼다. “에미 상에 ‘오징어 게임’이 14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파친코’는 1개에 그쳤죠. 그 상이 정답은 아니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2, 분발해야죠!”

글·사진=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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