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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마흔 넘은 남동생이 부모님하고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 위층에서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뛰고 층간소음 때문에 괴롭다고 해서 저도 본가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확인해보니 심한 것은 사실이더군요. 그래서 윗집에 얘기했더니, 조심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는 덜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그 이후에도 층간소음에 예민해하면서 “윗집에서 일부러 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 가족을 괴롭힐 의도가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동생은 이제 윗집이 우리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놨고, 컴퓨터를 해킹한다는 얘기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층간소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일부러 소리를 낸다고 해서, 윗집에 갔으나 윗집에 아무도 없었던 적도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이렇게 실제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경우도 피해망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하고 가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 감각 정보 멋대로 해석하는 ‘망상적 지각’… 치료 서둘러야
▶▶ 솔루션
망상은 동조도 하지 않고 반대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시작은 됐다고 해도 도청 장치나 해킹 얘기까지 하는 경우에는 피해망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망상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양극성장애,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심해질 경우에도 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증상을 통해서 병명 자체를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분명한 계기가 있다고 망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 망상은 현실을 바탕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청각 과민이 증가해, 마치 소리가 나지 않을 때도 소리를 듣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이 없을 때도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낀다고 전부 환청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경우처럼 잘못된 감각 정보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는 것을 ‘망상적 지각(delusional perception)’이라고 합니다. 감각을 자기 멋대로 해석할 경우 심각한 증상이며 위험할 수 있으므로 치료를 서둘러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망상에 대해 상대방이 틀렸다고 설득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지 설득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망상에 도전하지 않고, 동조도 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원칙은 의사들도 지키기 어려운 일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많으니깐요. 가족들도 그것을 섣불리 설득하려고 했다가 서로 마음이 상하거나 사이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로는 가족들마저도 자기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더욱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망상 자체 내용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그걸로 인해 힘든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공감대를 통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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