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치원 188곳 폐원… 초→중→고→대 ‘도미노 폐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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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1주년 특집 - 인구 정책 리셋하라 (3) 학령인구 감소

올 전체 학생수 587만9768명
10년 전보다 150만여 명 줄어

초 · 중 · 고교 1976년 ~ 올해 3월
3896개교가 문 닫거나 통폐합
대학도 총성 없는 ‘신입생 전쟁’

학령인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개개인의 특성과 적성에 맞추는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 전환
교육제도 유연화도 고민해봐야

서울 도봉구의 도봉고는 올해를 끝으로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도봉고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입생 수가 250명에 달했지만 2011년 198명, 2016년 123명에 이어 올해 45명까지 하락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학교는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거쳐 결국 학교 폐교를 결정한 것이다. 서울에서 학생 수 감소로 일반고가 문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절벽은 ‘학령인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취약한 순서대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전국 유치원 188곳이 폐원했고, 대학의 경우에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 중이다. 교육분야의 불균형과 비효율을 조정하기 위해 개혁 진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비롯해 교원 양성체제 개편, 더 나아가 근본적인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유·초·중·고등 전체 학생 수는 587만9768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만7350명(1.3%)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2년 738만5000명 대비 약 150만6000명(20.4%)이 감소했다. 학교급별로 유치원이 전년 대비 5.1%(2만9760명)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고등학생 2.9%, 초등학생 0.3%, 중학생 0.2%가 각각 감소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만 6∼21세)는 2020년 788만8000명에서 올해 747만7000명으로, 10년 뒤인 2032년에는 536만9000명으로 감소한다. 2025년에는 700만 명대 밑으로, 2030년에는 전년 대비 4.0%가 감소해 다시 600만 명대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초·중·고교의 경우 지난 197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896개교가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다. 전남이 839개교(22%)로 가장 많았고 경북 735개교(19%), 경남 582개교(15%), 강원 469개교(12%) 등이 뒤이었다. 서울은 3개교(0.077%)였다.

학생 수 감소는 예비교사들의 취업길에도 악재다. 정부는 내년에 처음으로 교원 정원을 줄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결과 내년도 공립학교 교원 정원을 올해보다 2982명 줄이겠다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올해 34만7888명인 초·중·고 교사가 내년 34만4906명으로 감소하는 것인데, 이는 관련 규정이 생긴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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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공립 초등교사 선발계획을 보면 교육부는 올해보다 197명(5.2%) 감소한 3561명을 뽑겠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올해 216명에서 101명(46.7%)이 줄어 전국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다. 중등교사 선발은 총 11% 늘었지만, 사서·상담·영양 등 비교과 교사 선발 규모는 최대 80.5%나 줄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고 있지만 특수교사는 유·초·중등 모두 줄어 올해보다 총 939명을 덜 뽑는다.

대학가 역시 위기다. 대학들은 매해 총성 없는 신입생 충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입학자 수는 69만4601명이다. 전년 대비 2717명(0.4%)이 감소한 규모다. 신입생 충원율은 84.8%를 기록해 전년 대비 0.3%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학생 수는 5554명 감소했으나, 모집인원이 8957명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은 더 나쁜 상황에 놓여 있다. 일반대로 한정해 살펴보면 전체 신입생 충원율은 96.3%인데, 수도권은 99.2%인 반면 비수도권은 94.6%였다. 미달 규모만 약 12배 차이다. 이에 대학은 올해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 참여 대학’을 발표했는데, 오는 2025년까지 전국의 96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 1만6197명을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대학의 자율적인 적정규모화 성과에 따라 추가 지원금이 배분되고, 권역별 유지충원율이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는 정원 감축이 강력히 권고될 방침이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패러다임이 ‘학생 중심의 맞춤형 개별화 교육’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KEDI는 ‘학생 수 감소 시대의 미래지향적 교육체제 조성 방안(2015)’ 보고서에서 “2035년 초·중등교육 정책의 비전은 학생 개인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 효과성을 보장하는 ‘학습복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감소된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집단적·획일적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 각자에게 질 높은 교육이 될 수 있는 교육체제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되기 위해선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 평가 체제, 지능형 학습 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 경우 학제개편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개별화 교육을 하려면 학교 교육 제도가 유연해져야 한다”며 “보통 학제개편이라고 하면 ‘6-3-3-4 수업연한’ 조정만 한정 지어 생각하는데,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학교 교육 제도 유연화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