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용산에 호국보훈공원 꼭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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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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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4대를 이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나의 가족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호국 그리고 민주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할아버지 윌리엄 린턴은 독립운동, 아버지 휴 린턴은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리고 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통역을 하면서 광주의 아픔을 함께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외국인이지만, 내 속에는 한국의 피가 흐른다. 나는 ‘전라도 순천 촌놈 인요한’이고, 나를 키운 8할은 한국인의 뜨거운 정(情)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뜨거운 정을 나누는 꿋꿋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뜨거운 ‘정’ 문화를 통해 한국은 국권피탈과 전쟁 그리고 독재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서로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이겨냈다.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대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정을 나누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의 역사를 정작 그 주인인 한국인들은 잊어 가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특히,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에게는 독립·호국·민주의 역사가 더더욱 요원한 것 같다. 일상 속에서 호국·보훈의 역사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상징 공간이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상징적 보훈의 공간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면 워싱턴DC의 ‘내셔널몰(National Mall)’이 떠오른다. 국민을 상징하는 의사당, 건국을 의미하는 워싱턴기념탑,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링컨기념관을 기본 축으로, 호국의 역사를 기리는 베트남전참전기념비, 그리고 6·25참전기념공원도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이곳에 혈맹으로 맺어진 우정의 징표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이 세워져 더욱 감격스러움을 느꼈다. 이 추모의 벽에는 6·25전쟁 때 산화한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 카투사(KATUSA)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함께 새겨졌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내셔널몰을 찾는 수많은 외국 관광객까지 이 공간을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도 이처럼 온 국민과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까지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최근,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용산공원 부지에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정체성을 계승하는 국가공헌 상징 공간으로 ‘용산 호국보훈공원’ 조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용산공원은 지난 100여 년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방 후에는 육군본부와 미군기지 등으로 사용돼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가적 품격을 높이는 공간으로서 세계적 명소로 구축할 계획이라니 반갑다. 부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보훈을 느끼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되새기는 품격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바란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렵고 힘들던 시절에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쳤던 수많은 분의 희생과 헌신 위에 이룩된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근본을 튼튼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역사와 정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세대와 이념에 따라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희생과 헌신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보여주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대한민국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 공헌 상징 공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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