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 신매초 학생들이 지난 5월 10일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대구 신매초 이기훈 교사의 ‘자연친화 프로젝트’
학생들이 부화 과정에 참여
병아리는 추첨 통해서 분양
일기쓰며 ‘생명 소중함’ 느껴
교내텃밭 40여종 채소 심어
수확 뒤엔 급식 재료로 활용
급우간 ‘존중어 쓰기’ 교육도
대구 신매초 6학년 1반 학생들은 등교 후 교내 텃밭에 조성된 사육장에 모여 병아리를 돌보는 게 일과다. 막 걸음마를 뗀 노란 병아리의 모습이 마치 학생들의 앳된 얼굴처럼 뽀얗게 빛난다. 학생들은 병아리를 알에서 직접 부화시키는 과정부터 참여해 닭이 될 때까지 약 4주간에 걸쳐 성장시킨다.
병아리가 알을 잘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예쁜 말이나 격려의 말을 포스트잇에 써 부화장에 붙이기도 한다.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성장한 닭이 또다시 달걀을 낳는 모습까지 모두 다 관찰 대상이다. 이렇게 탄생한 병아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추첨해 분양되고, 분양받은 학생은 성장 일기를 쓰고 영상도 찍어 주변에 공유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 신매초 이기훈 교사가 교내에 마련된 텃밭에서 학생들과 직접 심은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대구 신매초 이기훈(45) 교사는 지난 2021년부터 이러한 활동을 ‘신나리(신매초 병아리의 줄임말)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추진하면서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신나리 프로젝트를 비롯해 신매초에서 벌어지는 각종 자연친화 활동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 교사의 뜻에서 시작됐다. 이 교사가 ‘신매 꿈사랑 텃밭 조성 및 행복가득 재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교내에 마련된 텃밭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사계절 동안 40여 종의 채소를 파종한 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에 열심이다. 학년별로 완두콩, 감자,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보고 수확한 것은 급식 재료로 사용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은 직접 심어 가꾼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곳에서 서로 꿈과 행복, 밝고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며 성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자연을 돌보며 부드러워진 심성이 다른 친구들을 대할 때에도 아끼고 존중하는 태도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의 일환으로 학생들 간 상호 존중의 태도를 심어주기 위해 ‘급우 간 존중어 쓰기’ 교육을 실천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어를 사용하니 욕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서로 상처를 주는 말까지 조심하게 돼 학교폭력예방 차원에서 다른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미담으로도 소개가 많이 됐다”며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학원, 시장 등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경어를 사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특수학급 아동을 위한 일에도 나서고 있다. 신매초에 설치된 특수학급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과일나무 키우기를 통한 마음 치유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양극성 장애나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학급 학생들이 저마다 미니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 과일나무를 심어 키우면서 마음을 돌보는 활동이다. 그는 또 2020년 지적장애를 가진 6학년 학생의 담임을 자청했던 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생활하던 해당 학생은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교사가 담임을 맡으면서 다른 급우들과 관계 형성을 최우선으로 여러 학급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이 학생은 2학기가 돼서는 수업 시간에 발표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고, 급우들의 만장일치 추천으로 동부교육지원청 모범학생 표창까지 받았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 ‘나만이 아닌 더불어, 함께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금의 교육 신조를 끝까지 지켜 먼 훗날 아이들의 기억에 ‘참 스승’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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