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민주적 견제 없는 권위주의 지도자의 전략실수”

  • 문화일보
  • 입력 2023-01-02 09:52
  • 업데이트 2023-01-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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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오른쪽) 교수와 신기욱 교수가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진행된 문화일보 신년 특별대담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진단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2023 신년대담 - 국제정세 어디로

美 스탠퍼드 대학교 프랜시스 후쿠야마·신기욱 교수

수렁에 빠진 권위주의
푸틴, 러시아 전력 모른채 전쟁
민주체제였다면 제동걸렸을 것
시진핑, 中 내부적 가혹한 독재
백지시위 부닥치며 권위 훼손

쇠퇴 바닥친 민주주의
리더십 없는 국제사회 됐지만
나토 등 ‘민주주의 동맹’ 유효
韓, 세계 10위권 강국 된 만큼
국제 민주연대 적극 역할해야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기욱 교수



팰로앨토 = 정리·사진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민주주의의 좋은 점은 항상 변화에 대응하는 구조를 가진 제도라는 점이다. 민주주의 특성상 다음 선거가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세대 정치지도자들을 갖게 될 것이다. 동시에 특정 지도자의 위대한 리더십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답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하기 시작한 1989년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이라는 논문 한 편으로 전 세계 정치학계에 충격을 불러왔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올해 71세를 맞았다.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단지 냉전 종식이나 전후 역사의 특정 시기가 지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이념 진화와 정부의 최종 형태로서 자유민주주의의 보편화라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패기만만하게 주장했던 37세 신진 정치학자도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다. 냉전 이후에도 지구촌 분쟁이 끊이지 않고 권위주의(독재정치) 체제의 도전까지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는 그의 선언은 숱한 도전·비판을 받았지만, 평생 민주주의 연구에 천착한 학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낙관은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면 및 전화를 통해 이뤄진 신년 문화일보 특별대담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현 국제정세, 미·중 충돌,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놨다. 국제사회가 ‘리더십 없는 리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국 우선주의에 갇힌 현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단순히 정치지도자들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한·미 동맹 등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장치들로 언급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중 충돌에 대해선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면 한국은 이 문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이전 (문재인) 정부 때는 한국이 미·중 중간쯤에 어떻게든 머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가 해결책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토록 오랜 대북 협상의 역사가 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대담 진행을 맡은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쇠퇴가 바닥을 쳤지만 급속히 반전할지, 서서히 회복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며 “일단 2024년 미국 대선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약해져도 그의 부상을 가져왔던 트럼피즘은 여전하기 때문”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신 교수는 “한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에 있어 북한이 아닌 대만이 최대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자칫 진보·보수 간 국론 분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담은 1차로 지난해 12월 8일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1시간여에 걸쳐 이뤄졌으며, 같은 달 27일 전화를 통해 추가로 진행됐다.

△신 교수(이하 신)= 2022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나 문장, 구절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후쿠야마 교수(이하 후쿠야마)= 2022년은 한마디로 매우 좋은 해였다.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권위주의로 향하던 국제정치 흐름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반등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시작됐다. 중국도 승승장구했고, 코로나19 정책에서 모두를 물리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는 완전히 수렁에 빠졌다. 중국은 백지시위를 경험했고, 이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11월 8일 미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세력이 패배했다. 그래서 난 2022년을 15년 이상 지속하던 민주주의 쇠퇴가 마침내 바닥을 친 해라고 돌아볼 것 같다.

△신 = 동의한다. 하지만 급속한 반전이 가능할지, 서서히 회복될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미국도 2024년 대선까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세력이 약해졌다 해도 그를 지지했던 트럼피즘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아가면 많은 사람이 러시아가 쉽게 이길 거로 생각했는데 힘겨워 보인다. 이 전쟁이 역사에 어떻게 기억될 것으로 생각하나.

△후쿠야마 =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력한 권위주의 지도자가 저지른 최대 전략적 실수 중 하나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 실수는 정치 체제와 직접 연관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m 넘는 테이블에 국방장관과 마주 앉은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극도로 고립됐다. 무엇보다 이미 견제·균형이 없는 시스템에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런 의사결정 시스템은 훨씬 더 큰 실수를 저지르기 쉽게 만든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기꺼이 맞서 싸울 거라는 점을 알지 못했고, 자신의 군대가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과 권력을 공유하는 보다 민주적인 국가였다면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신 = 푸틴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고, 중국 역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하는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행보는 계속됐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내나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영국·프랑스·독일에서도 강한 지도자를 찾아볼 수 없다.

△후쿠야마 = 시 주석이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시위가 벌어진 중국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할지 모르지만 어려움에 부닥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사회 불안을 양산했다. 이제 방역 완화를 시작했는데 확진자·사망자 수가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체적으로 시 주석의 권위와 체제 정당성이 훼손됐는데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경제 모델의 붕괴다. 지난 10년간 중국경제는 부동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탱했다. 그 모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경제는 더는 성장하지 않는다. 동료 경제학자 일부는 중국이 경기침체기에 있고 역성장을 한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 일본이 겪은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 권위주의 체제 정당성의 상당 부분은 높은 경제성장률에 기초했는데 그 시기가 끝났다. 인구통계학적으로도 중국 인구는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술(IT) 분야 통제처럼 중앙집권적 통제가 시행되는 것은 경제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 나는 장기적으로 시 주석이 유능한 지도자로 보일 거라 확신하지 않는다.

△신 = 그래도 앞으로 3∼5년 정도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힘을 유지하지 않을까. ‘미국 우선주의’가 상징하듯 미국을 포함한 서구 민주주의 진영의 정치 리더십도 마찬가지로 위기라는 진단이 있다.

△후쿠야마 = 맞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에서 고무적 지도자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은 변화에 잘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80세가 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70대 후반이다. 의회 지도부도 고령이지만 민주주의 특성상 다음 선거주기가 지나면 새 세대 지도자들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국가운영을 위해 반드시 위대한 이상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신 =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그런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후쿠야마 = 그런 점 때문에 특정 정치지도자에 의존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나토라는 동맹기구를 갖고 있다. 과거엔 나토가 별 쓸모없고 금세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내구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한국·일본과의 안보동맹도 오래됐지만 여전히 지속한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 시스템에 필적할 것을 만들지 못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있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중국이 주도하고 지배하는 조직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특정 지도자의 위대한 리더십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답이다.

△신 = 첨언하자면 민주주의 반등을 위해 글로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더는 수동적 참여가 아니라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동맹 확대나 새로운 질서 구축에 적극 참여한 적이 없는데 이제 세계 10위권 강국이 된 만큼 민주주의 반등에 있어 긍정적 역할을 할 위치가 됐다.

△후쿠야마 = 그렇다. 왜냐하면 아시아·유럽 모두에서 미국과 동맹이 지지하는 일련의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냉전 기간 소련이 존재했지만 서구 민주주의 국가를 침략한 적은 없었는데 러시아는 그 일을 감행했다. 그래서 나토가 다시 중요해졌다.

△신 =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는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먼저 우크라이나 상황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까. 둘째로 만약 그런데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 요청을 거절할 수 없지만 동시에 중국을 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이것이 현재 한국이 처한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으로 생각한다.

“韓, 中의 대만침공 가능성 고민해야… 올 최대도전 될 수도”

중국의 대만침공 우려
中이 실제 대만 공격 나선다면
美이어 韓·日도 휘말릴 수밖에
美 - 中, 군사공격·봉쇄 충돌땐
공급망 직격탄 등 ‘파괴적 상황’

북핵 문제 & 한·미 정치
대북해법 사실상 뾰족수 없어
관심 원하는 北엔 무시가 최선
美 선거인단 제도 매우 불합리
韓 대선·총선 4년임기 맞출 만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후쿠야마 = 미국으로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의회나 일반 미국인이 실제 대만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전쟁하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다. 여론조사를 한다면 대다수가 ‘아니다. 우리 군대가 죽을 수 있는 곳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거다. 하지만 미국이 휘말릴 가능성은 있다. 중국의 초반 공세에 미군이 희생된다면 대만을 도와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신 =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과연 얼마나 관여할 수 있나. 한국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후쿠야마 = 그것이 내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중국과의 충돌이 어떻게 확대될지 명확하지 않다. 군사적 침공으로 시작할 수도, (해상) 봉쇄로 시작될 수도 있다.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국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미·중 충돌이 빚어지면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훨씬 더 파괴적 상황이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많은 제품이 아시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분쟁이 시작되면 여론이 바뀔 것이다. 도시들이 폭격당하거나 침략이 벌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신 = 나 또한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진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미국인들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미·중 충돌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후쿠야마 = 모든 관련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저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어떤 군사적 조처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침공 시 치러야 할 대가를 더 크게 만들지 않는 한 중국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대만을 지원할 방법과 중국을 밀어내는 더 큰 동맹 일부가 될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신 = 나는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북한이 아니라 대만이 최대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대중국 기조를 두고 한국 내 진보·보수가 서로 대립하는데 자칫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나.

△후쿠야마 = 한국이 중국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고, 미국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평가한다.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면 한국은 휘말릴 수밖에 없다. 많은 미군 장비가 한국에 있고 그 장비들은 전장 가까이에 옮겨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사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장기분쟁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0개월간 탄약을 사용한 결과 미국·유럽에서 탄약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동아시아에서 고강도 분쟁이 발생하면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다. 물론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 공격에 대비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낫다. 하지만 모든 관련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48시간 이내에 끝나지 않을 수 있는 장기분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신 = 다시 미·중 갈등으로 돌아가면 한국은 두 강대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과거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안보와 경제가 밀접히 연계됐다. 새로 출범한 윤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중 간 긴장 고조에 어떻게 대처할지 근본적 고민을 안고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지혜가 있다면 무엇일까.

△후쿠야마 = 지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한국이 미·중 중간쯤에 어떻게든 머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미·중 갈등은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중국에 의해 주도됐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훨씬 가혹한 독재정권이 됐고, 외부적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남중국해 군사화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10∼15년간 영토 문제로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전체와 다퉈왔는데 그 시기에 어떤 강대국보다 빠르게 군대를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런 움직임에 반응했다. 나는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가 어떻게든 미·중 사이에 있는 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민주주의의 편에 확실히 설 것이라는 결론 말이다.

△신 = 앞서 말했듯 안미경중(安美經中)이 끝났고 상황이 바뀌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처럼 한국이 좀 더 세련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도 안보 관련 부분은 미국과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더라도 안보와 거리가 먼 부분은 아직 중국과 같이 갈 수 있는 만큼 구분해 예컨대 살라미식 전술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묻고 싶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가 아닌 전략적 방임이라고 말해왔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곤혹스러운데 미국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중국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인가.

△후쿠야마 = 내가 북한 문제에 대해 느낀 점은 모든 문제가 해결책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에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에 외교력을 이용할 수도, 군사력을 활용할 수도, 억지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토록 오랜 대북 협상의 역사가 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이유 중 일부는 자신들에게 관심을 두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문제 해법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무시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대단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더 나은 대책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신 = 동의한다. 미 행정부에 있는 많은 이에게 북한은 ‘뜨거운 감자’였을 것 같다. 명확한 해결책이 없고, 경력에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에 선뜻 다루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계속 내버려두면 5년 뒤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5년, 10년 뒤 우리는 어떤 북한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나.

△후쿠야마 = 내 생각에 모든 사람이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기대는 나쁘지 않다. 물론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정말 뚱뚱하고 건강도 좋지 않다.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신 = 끝으로 미국 정치에 대해 살펴보자. 많은 미국인이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안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출마를 선언했고 나는 그가 여전히 공화당 유력 후보라고 생각한다.

△후쿠야마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선언을 했지만 영향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네 차례 선거를 치렀는데 세 차례나 공화당에 상처를 입혔다. 그는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는 3분의 1의 유권자를 자극할 수 있지만 선거 승리에 충분하지 않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그는 점점 더 미쳐가고 있다. 신나치주의자와 저녁을 먹고 음모론 주장을 반복하는 등 어떤 이성적 후보도 하지 않을 일을 한다. 이제 많은 공화당원은 그가 골칫거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신 =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을 예상하나.

△후쿠야마 = 일종의 기술적 문제지만 공화당 예비선거는 대부분 승자 독식 구조다. 확실한 30%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최종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후보가 나와 경쟁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 나는 그가 2년 후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꽤 크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는 좋은 일이다. 왜냐면 더 정상적인 공화당 후보와 경쟁하는 것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것이 손쉽기 때문이다.

△신 = 정치에서 2년은 아직 긴 시간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도 다시 출마할 수 있나.

△후쿠야마 = 다시 출마할 것이다. 이는 일정 부분 민주당에 책임이 있는데 확실한 후임자가 없다. 두 사람이 재대결하면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

△신 = 한국에는 의원내각제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북한 때문에 강한 대통령제가 필요하고 의원내각제의 경우 안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재벌들이 정치를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후쿠야마 = 꼭 의원내각제가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의회 임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조언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 임기는 5년인데 입법부는 4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강한 정부를 가지려면 대통령이 의회에서 다수 지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의회가 같은 주기로 동시 선출된다면 더 강력한 리더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입법부는 존재 의의가 대통령에 대한 견제다. 입법부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대통령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 = 현재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후쿠야마 = 반면 영국 같은 의원내각제에서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가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 양극화 완화에서도 의원내각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확실한 다수 정당이 없다면 일종의 연합을 통해 권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

■ 신 교수는…

신기욱(62)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해온 사회·국제정치학자로 학계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민주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1961년 경기 부천에서 태어난 신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워싱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사 사회학적 접근으로 한국사회를 연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한·미 동맹을 비롯해 남북관계, 동북아 문제 등에 대한 정책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미 정가에서도 지명도 높은 재미 석학이다. 20권이 넘는 영어 저서를 출간했으며 국내에도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2009),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2010), ‘슈퍼피셜 코리아’(2017) 등이 출간됐다.

■ 후쿠야마 교수는…

프랜시스 후쿠야마(71) 스탠퍼드대 교수는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이라는 논문 한 편으로 30대 때 세계 정치학계의 스타로 주목받은 이후 평생 민주주의 연구 및 확산을 위한 실천에 천착해 온 정치·경제·국제관계학자다. 일본계 미국인 3세로 1952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한 후쿠야마 교수는 코넬대 졸업 후 비교문학 석사과정을 밟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꿔 새뮤얼 헌팅턴 교수를 사사했다. 그는 ‘정치질서의 기원’(2011), ‘정치질서와 정치쇠퇴’(2014),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2018), ‘자유주의와 그 불만’(2022) 등의 저작을 꾸준히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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