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의 올해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섬뜩한 이유[세종官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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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8 07:11
업데이트 2023-01-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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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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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시절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로 위기 촉매제 전력


◇노무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전망

노무라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슈바라만은 지난 18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3 세계 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 경제의 도전’ 웨비나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6%로 제시했다.

슈바라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경착륙(硬着陸·hard landing)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 회복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이고, 선진국은 이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며 “올해 2분기까지는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고, 한국은 고금리 발(發) 주택 경기 악화, 신용위험 증대 등 난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의 전망은 한국은행(1.7%)이나 기획재정부(1.6%)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글로벌IB 중에서는 노무라는 제외하면 씨티가 가장 낮은 0.7% 성장을 전망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이너스 는 아니다.



◇노무라, “한국은행 금리 인상 마무리됐다”

슈바라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고 전망했다. 그는 “역성장 위험,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속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달로 마무리됐다”며 “오는 5월에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노무라의 한은 기준 금리 전망은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올해 한국 경제가 노무라의 전망처럼 경착륙한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릴 여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가 위기 상황인데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라가 오는 5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경제 위기, 언론 매체에서 쓰는 유화적인 말로 경착륙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나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올해 한국 경제가 노무라의 예상처럼 경착륙할 것이냐, 아니냐지 기준금리 전망이 아니다. 노무라의 한국 경제 전망이 맞는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전망도 맞아떨어질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2가지 예상 모두 빗나갈 것이다.



◇노무라, 한국인의 기억 속에 트라우마(상처)로 남은 이름

한국인의 기억 속에 노무라라는 이름은 외환위기의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보고서를 쓴 곳으로 남아 있다. 1998년 노무라증권 서울지점이 내놓은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is ringing for Daewoo group)’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대우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가 통째로 흔들렸다.

일부에서는 노무라가 일본계라는 이유 때문에 ‘일본이 한국 경제를 망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뿌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 속사정이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 대우그룹과 한국 경제에 그만큼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보고서가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노무라, 이번에는 맞을까?

노무라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에 대해 ‘튀는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맞은 적도 있고 틀린 적도 많다. 많은 사람이 노무라의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일본이 한국의 이웃 국가로서 한국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IB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양 회사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경영 관습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 회사들은 오랫동안 한국을 연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한 안목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계인 씨티그룹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7%로 기재부나 한은보다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 씨티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전기 대비 -0.4%의 역성장을 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는 “가계 이자 비용 증가와 역(逆) 자산 효과 등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 지출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노무라의 전망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을 것이다. 씨티 전망처럼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연간 성장률이 0.7%에 머물 경우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노무라의 매우 비관적인 한국 경제 전망이 과연 들어맞을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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