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梅 분재’ 에 담아낸 선비의 기품… ‘이른 봄’ 아닌 ‘다른 봄’을 만나다[박경일기자의 여행]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2-09 09:17
업데이트 2023-02-10 12:14
기자 정보
박경일
박경일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영주의 선비매화공원에 전시된 매화 분재. 경남 하동에서 찾아낸 300년 된 야생 매화나무로 만든 것이다. 키가 2m가 넘는다. 크게 만든 분매(盆梅)가 많은 건 중국, 일본과는 다른 우리 매화 분재의 특징이다. 늙은 나무의 뒤틀린 가지 끝에서 이제 막 성글게 꽃이 피기 시작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매화 가장 먼저 피는 영주

국내 최대 규모 매화정원인
‘영주 선비 매화공원’ 봄맞이
163종 361개의 매화 분재

뒤틀리고 파인 매화나무 둥치
늙었으되 기품있는 모습 표현
450년 된 초대형 盆梅에 눈길

가지수가 적고 꽃을 오므리고
오래되고 마른 것이 귀한 매화
인내·절제·품격… 선비의 이상

영조의 聖 恩을 입었던 ‘정릉매’
임란 때 日에 빼앗겼던 ‘와룡매’
안형재 매화연구원장 평생 바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이른 봄꽃 소식은, 봄에 대한 기대로 가슴 두근거리게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꽃소식이 당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껏 꽃망울이 부풀었던 남녘의 매화가 지난 설 연휴 기간의 한파에 죄다 얼어 떨어져 버린 탓이지요. 이제 다시 꽃눈이 달리고 있으니, 꽃이 피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경북 영주입니다. 그곳에 엄동의 혹한에도 화사하게 꽃을 피워내는 수백 그루의 매화가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명매(名梅)’입니다.

#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영주 매화정원

매화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곳이 경북 영주에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매화 정원인 ‘영주 선비매화공원’이다. 문을 열고 이제 두 번째의 봄을 앞둔 곳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원 면적은 5만4385㎡(1만6000여 평). 축구장 넓이의 7.6배다. 공원은 매화나무를 심어 가꾸는 야외정원과 매화 분재를 기르고 전시하는 길이 85m, 폭 19m의 초대형 유리온실 매화분재원으로 나뉜다. 야외정원은 아직 어수선하지만, 매화 분재(분매·盆梅)로 가득한 매화분재원은 정돈되고 아늑한 분위기다.

소백산 발치에 있어 겨울이 차고 긴 영주 땅에서 노지의 매화꽃은 아직 언감생심. 매화는 당연히 유리온실 속 분재원에서 먼저 핀다. 온실 안에는 163종 361개의 매화 분재가 자라는데, 나뭇가지 끝 매화 꽃망울이 이제 막 임계온도를 넘은 냄비 속 팝콘처럼 타닥타닥 터지기 시작했다. 아직 바깥은 엄동인데도, 꽃을 피운 매화가 기특하다.

온실의 매화는 일찍 피지만, 매화공원 분재원은 매화를 ‘일찍 피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늦게 피우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유리온실 타입으로 만들어진 분재원은 특수 외벽소재를 사용해 난방 없이 자연채광만을 활용한다. 유리온실의 역할은 밤에는 차가운 외기(外氣)를 차단하고, 낮에는 햇볕으로 실내를 데우는 것이다. 이렇게 온실 안에다 매화 분재를 그냥 놓아두면 12월 중순쯤 매화가 만개한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무렵에 매화가 피는 셈이니 일러도 너무 이르다. 분재원의 가장 큰 낭패는 ‘꽃이 너무 일찍 피는 것’이다. 매화의 품격은 ‘겨울을 견디는 데’에 있다. 너무 일찍 필 바에야 차라리 늦게 피는 게 나은 이유다. 분재원은 그래서 온실 천장을 자주 열고 추위를 불러들여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염두에 두는 개화 시기는 ‘남녘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열기 보름 전쯤’에 맞춘다. 남도의 매화가 보통 3월 초에 개화를 시작하니, 분재원 매화의 절정은 2월 중순쯤으로 맞췄다. 그렇다면 올해 매화공원의 매화는 개화 시기를 기가 막히게 맞춘 듯하다. 딱 그때쯤 분재 매화의 만개가 예상되니 말이다.

# 조선 선비 열에 아홉이 기르던 것

지금은 생소한 취미지만 매화를 분재로 만들어 화분에다 기른 건 역사가 깊다. 기록을 뒤지면 고려 말까지 올라간다. 매화 분재를 ‘분매’라 부르는데, 분매는 조선 시대 선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취미이자 풍류였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조선 선비 열에 아홉은 분매를 길렀다’는 기록까지 있다. 평범한 선비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시의 ‘셀럽’들도 마찬가지였다. 흥선대원군은 운현궁터에 분매 온실을 갖고 있었고, 추사 김정희는 선대의 별장터였던 서울 경성방송국 자리에 커다란 분매 온실인 ‘홍원매실(紅園梅室)’을 두고 있었다. 옛사람들은 매화를 화분에 심어 집안에 들여놓고 섣달에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친구들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면서 감상했다.

분재라면 작은 택배 상자쯤의 크기라 생각하기 쉬운데, 선비매화공원의 매화 분재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 이게 어떻게 화분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크고, 늙고, 둥치가 굵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사뭇 다른 우리나라 분매의 특징이다. 분재원을 조성하면서 우리 분매의 전통을 되살렸다. 명맥이 완전히 끊겼던 우리나라 분매의 특징을 옛 그림과 시문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찾아낸 결과다.

매화공원의 분재는 크기만 큰 게 아니라 수령도 만만찮다. 분재 매화는 보통 매화나무 둥치에 꽃가지를 접붙여 꽃을 얻는데, 바탕이 되는 매화나무 수령이 수십 년에서 오래된 건 수백 년을 헤아린다. 늙었으되 기품 있는 매화를 표현하기 위해 분재에는 일부러 나이 먹고, 굽고 뒤틀리고 파인 매화나무 둥치를 골라 썼다. 조선 후기 문인 정극순이 쓴 ‘이소매기(二小梅記)’에서 그 얘기를 다룬 대목이 있다. “기이함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산골짜기를 뒤져 고목을 찾아 베고 자르고 쪼개고 꺾어 그루터기와 앙상한 뿌리만 겨우 남긴다. 비바람에 깎고 벌레가 좀먹은 다음에 구불구불 옹이가 생기고 구멍이 뚫려 괴물모양으로 된 것을 가져다 접붙인다.” 마른 붓질로 빠르게 그려낸 듯한 분재원의 매화나무가 300년 전의 묘사를 빼닮았다.

매화분재원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매화 분재가 온실 입구에 있다. 대작(大作)이기도 하거니와 ‘명매(名梅)’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분재다. 이 매화 분재가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 있다. 일본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濱)시의 고택 게이운칸(慶雲館)에서는 해마다 대대적으로 분재 매화전시회가 열리는데, 그때 전시되는 최고의 작품이 ‘니혼이치(日本一)’라 불리는 분재다. 그 나무가 키 175㎝에 나이 350살이다. 선비매화공원의 매화 분재는 이보다 더 크고 더 늙었다. 키가 180㎝가 넘고 수령은 자그마치 450년을 헤아린다. ‘적어도 일본 것보다는 더 크고 나이도 더 많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만든 것이다. 분재의 450년 된 매화나무는 전남 담양 창평면 야산에서 찾아낸 야생매화나무다.

# 가장 아름다운 매화나무를 기르다

매화분재원을 찾아갔던 건 단순하게 ‘개화한 매화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다. 실내에서 기르는 매화 분재의 가치를 ‘이른 개화’쯤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게 얼마나 큰 오해인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화를 화분에 옮긴다는 건 ‘자연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얘기다. 늙은 매화나무 둥치를 골라 원하는 꽃가지를 접붙이고, 꽃눈을 잘라 의도한 대로 가지가 뻗는 방향을 정하며, 꽃을 피우는 시기까지도 조절한다. 그렇게 선비들은 그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겼던 매화의 아름다움을 분재로 구현했던 것이다. 옛 선비가 매화를 기르면서 꺼낸 아름다움은 그저 단순한 미감이 아니었다. 매화의 아름다움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인내와 지조가 있고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절제의 품격과 겸손이 있다.

매화의 미감에는 격과 원칙이 있다. 중국 청나라 사람 궁몽인(宮夢仁)은 책 ‘독서기수략(讀書紀數略)’에서 어떤 매화가 더 귀한 것인지를 가리는 방법을 기록했다. 그가 제시하는 조건은 네 가지다. “가지가 드문 것이 귀하고 번성한 것은 귀하지 않다. 늙은 것이 귀하고 어린 것은 귀하지 않다. 마른 것이 귀하고 살찐 것은 귀하지 않다. 다소곳이 오므린 것이 귀하고 활짝 벌어진 것은 귀하지 않다.” 요약하면 가지가 드물고, 늙고, 마르고, 꽃을 오므리고 있는 것이 귀하다는 얘기다. 귀한 매화를 가리는 네 가지 기준은 절제와 경륜, 그리고 검소와 겸손이다. 하나같이 선비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분재 화분 속 매화와 노지에서 피는 매화는 미감이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늙은 나무의 가지 끝에서 띄엄띄엄 피어나는 기품있는 매화와, 아우성처럼 다닥다닥 피어나는 매실 농장의 매실나무 꽃이 다르듯이 말이다. 옛 선비들이 수묵화로 그려낸 그림 속 매화를 그곳에서 볼 수 있다. 화공이 최선을 다해 먹을 찍어 매화를 그렸다면, 선비들은 전력을 다해서 늙고 뒤틀린 가지 끝에 성글게 피어난 옛 그림 속의 매화 분재를 길렀다. 영주 선비매화공원의 매화분재원은 ‘이른 꽃’이 아니라, ‘다른 꽃’을 보러 가는 곳인 이유다.

# 분매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분재원의 매화 분재는 저마다 이름을 가졌다. 매화 작명(作名)은 원칙이 없다. 꽃의 색이나 나무의 형상을 보고 이름을 짓기도 하고, 지역이나 절집의 이름에서 따오거나 인연 깊은 인물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바탕이 된 나무에서 이름을 딴 것도 있고, 접붙인 가지에 핀 꽃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도 있다. 내로라하는 명매의 꽃가지를 접목했다면 그 꽃의 이름을 따르고, 바탕이 된 나무가 수령이 오래면 그 나무에서 이름을 따는 식이다. 이름이야 원칙이 없다지만 분재로 만든 매화는 대개 ‘명매 중의 명매’를 골라 접을 붙여 만든 것이다. 허투루 만든 것이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매화 분재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매화의 미감과 기품을 제대로 감상하겠다면, 이름과 거기 얽힌 이야기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다. 매화분재원에는 ‘이야기를 글로 더 적자면 책 한 권’쯤 되는 내로라하는 명매가 하나둘이 아니다.

분재원 매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릉매’다. 태조 이성계의 계비 강 씨 묘인 정릉의 묘제를 지내는 건물인 ‘재사(齋舍)’ 추녀 아래 가지가 축축 늘어진 수양매화가 한 그루 있었다. 어느 해인가 늘어진 매화나무 가지 끝을 재사의 창호문 안으로 집어넣어 실내에 두었더니 동지 이전에 가지 끝에서 꽃이 피었단다. 소식을 들은 영조 임금이 ‘꽃을 가져오라’해서 꺾어 진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른바 ‘성은(聖 恩)’을 입은 매화인 셈인데, 조선 시대 매화 품평회에서 도맡아 1등을 차지했단다. 이런 풍류와 운치의 정릉매가 영주 매화분재원에 있다.

정릉매는 한때 꽃 장사들이 꺾어간 꽃가지로 접을 붙여 남쪽 지방에 많이 팔았다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남아있던 정릉매 딱 한 그루가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자라고 있었는데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쓰러져 죽었다. 분재원에 있는 정릉매는 고흥의 정릉매가 죽기 전에 가지를 꺾어다가 접을 붙여 길러낸 것이다.

분재원의 와룡매는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에서 자라던 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간 어미나무의 후계목이다. 와룡매는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령에 따라 1593년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 나무는 일본 미야기(宮城)현의 한 사찰에 심어졌는데 이 사찰의 주지 스님이 지난 1999년 한국침략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후계목을 반환해 40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남산공원에 심어졌다. 분재원의 와룡매는 남산 와룡매의 후계목이다.

이 밖에도 광주 전남대의 대명매는 조선 중기 문신 고부천이 명나라에 갔을 때 희종 황제로부터 분매 형태로 받아온 나무며, 조선 시대 명품매화로 명성이 자자했던 월사매는 명청교체기에 외교 문제를 도맡아 해결하던 조선 시대 문장가인 이정귀가 명나라 황제의 칙사 웅화와 내기바둑을 두어 이긴 대가로 받아온 분매다.

영주 매화공원의 매화분재원을 휙 돌아보면서 꽃만 구경한다면 10분이 채 안 걸린다. 하지만 분재원의 361개 분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고 거기 얽힌 사연을 더듬으며 본다면 반나절도 모자란다. 꽃을 그저 외양만 볼 것인지, 그 안에 깃든 풍류와 운치를 느낄 것인지는 오로지 ‘보는 이’에 달렸다. 어디 꽃만 그런가, 봄도 그렇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문화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체험시설 경북 영주 ‘선비세상’의 염색체험 공간. 선비세상은 10∼19일 기획전시실에서 매화분재원의 매화 분재 20여 점을 가져다가 ‘군자를 품은 마음, 매화전(展)’을 연다. 전시에 흥미를 느끼는 관람객들을 매화분재원으로 안내한다.



# 평생을 매화와 함께하다

경북 영주의 선비매화공원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매화연구원장이자 영주 선비매화공원 자문위원인 매촌 안형재(82). 그는 평생 매화에 미쳐 살았다. 경기 안양에서 조경회사를 운영하다 1973년 매화의 매력에 빠진 뒤에 평생을 매화를 심고 가꾸고 찾고 연구했다. 좋은 매화가 있다면 그게 어디든 불원천리하고 찾아갔다. 중국과 일본의 매화전문가들과 교유하며 매화전시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다녔다. 매화 책을 쓰고, 매화 그림까지 그렸다. 그동안 낸 책이 9권. 모든 책 제목에 ‘매화’가 들어간다. 지난해 9월에는 그동안 그린 매화 그림으로 영주문화예술회관에서 ‘선비마을 매화 피어’란 제목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선비매화공원은 평생을 바쳐 그가 기르고 모은 것들을 쏟아부은 공간이다. 다른 몇 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끈질긴 제안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영주를 택했던 이유 중에는 영주가 ‘순흥 안씨’의 본향이라는 것도 있다. 평생 모은 매화 분재와 나무를 내놓으면서 그는 거처까지 아예 영주로 옮겨왔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영주에서 ‘한국매화회’를 창립했다. 선비의 매화 문화를 꽃피우고 확산한다는 취지 아래 결성한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지역의 유림을 비롯해 280명의 시민이 모였다. 모임은 앞으로 매화나무 묘목을 보급하거나, 분매 만들기 교육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한국매화회는 올봄부터 3만2000그루의 매화나무를 길러 보급한다. “매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매화 한두 그루쯤은 길러봐야 한다”는 게 안 원장의 설명이다.

안 원장의 매화 얘기는 끝이 없다. 옛 선비들이 매화꽃 여든한 송이를 그려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하나씩 꽃잎에 붉은색을 칠해가며 꽃이 피길 기다렸다는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이야기부터 중국 쿤밍(昆明)의 헤이룽탄(黑龍潭) 공원에 있었던, 지금은 죽은 1300년 당매 얘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꼬리를 문다. 안 원장은 “매화공원을 찾는 이들이 스무 명쯤만 모인다면 기꺼이 매화에 얽힌 이야기를 해설해주겠다”고 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안형재 원장 권하는 ‘탐매코스’

양산 통도사에서 출발… 순천 선암사서 마무리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형재(사진) 한국매화연구원장에게 ‘한국의 명매(名梅)를 찾아가는 탐매(探梅)코스’를 짜달라 부탁하니 개화 시기에 맞춰 세심하게 짠 코스와 동선을 건네줬다. 여정의 출발지점은 경남 양산 통도사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통도사 영각(影閣) 오른쪽 처마 아래 있는 매화 ‘자장매’. 통도사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심은 것이라 전한다. 올해는 꽃이 늦어 이제야 막 매화가 한두 송이씩 피어나는 중이다.

통도사에서 밀양으로 건너가 ‘금시당매’를 보고, 김해로 넘어가서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를 만난다. 김해건설공고는 정문에서 교사까지 200m 남짓의 진입로 양옆으로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데, 매화나무 둥치와 가지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자랐다고 해서 ‘와룡(臥龍)’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어 서슬 퍼런 기개로 ‘칼 찬 선비’라고 불리는 남명 조식이 거처하던 산천재 앞의 ‘남명매’ 그리고 전남 구례 화엄사의 ‘각황매’와 ‘야생매’를 보고 해남으로 건너가 보해매실농장을 구경한다. 보해매실농장은 1979년 보해양조가 조성한 국내 최대규모 매실 농원. 14만 평에 매화나무 1만4500주가 심어져 있다. 농장에는 동백나무도 많아 순백의 매화가 붉은 동백꽃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진 무위사는 잇단 불사로 정갈했던 절집 분위기가 흐트러졌고 ‘홍매’도 수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명매 감상의 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곳. 이어 광주 전남대의 ‘대명매’와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홍매’, 광주 환벽당의 ‘백매’를 보고 전남 장성 백양사를 찾아가 ‘고불매’를 본다. 고불매는 안 원장이 최고로 꼽는 매화다. 안 원장은 “늙은 나무가 뿜어내는 기운과 맑은 순백의 꽃 색, 그리고 절집을 휘감는 진한 매화 향까지, 아쉽거나 모자라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며 “봄날에 딱 한 그루의 매화만 보아야 한다면 주저 없이 ‘고불매’를 택하겠다”고 했다.

이어 찾아가는 충남 논산 윤증고택의 ‘윤증매’나 경북 울진 불영사의 ‘고매’는 기왕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매화. 반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서애매’나 순천 선암사의 ‘선암홍매’와 ‘선암백매’는 이름난 명매 중의 명매다. 특히 늙은 매화나무 가지에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 온 절집을 향기로 뒤덮는 선암사의 매화는 탐매 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맞춤이다.


■ 매화와 온천

경북 영주에는 소백산 풍기온천이 있다. 온천과 함께 바데풀과 수영장까지 있어 이른바 ‘워터파크’의 형태를 갖춘 곳인데, 겨울에는 온천만 운영한다. 용출온도 31도의 진짜 유황온천이다. 데우거나 다른 물을 섞지 않고 온천수만 담은 온탕이 있다. 풍기온천 옆에는 인삼박물관이 있다. 풍기 인삼 홍보를 위해 6년 전쯤 문을 열었는데 관람객이 없어 늘 썰렁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 열리고 있는 ‘인삼, 세계와 만나다’ 기획 전시가 뜻밖에 흥미진진하다. 전시 유물은 없고 긴 설명을 적은 안내판과 사진뿐이지만 서양에서의 인삼 얘기가 재미있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