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되려면 최소 10년… 의대 증원, 지금도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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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생태계가 무너진다 <5> 의료공백 해결 3대 과제 <끝>

의대 정원 최소 1000명 확충 필요
응급수술 많은 과는 수가 높이고
공공의료 비중도 20%로 올려야

궤멸 위기에 내몰린 필수 의료 비인기과를 되살리고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만들려면 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 수가 인상, 공공의료 확충 등 3대 과제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는 정책적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17년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의료 수요에 맞춰 최소 1000명 이상 늘리고, 환자 생명과 직결돼 위험하고 힘든 수술 수가도 대폭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체 의료기관 중 약 5%에 불과한 공공의료도 20% 이상으로 확충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방 의료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의사 육성에 10∼15년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의대) 정원을 지금 늘려도 늦었다”며 “최소한 1000명 이상 늘려야 하는데, 정부안인 300∼400명 증원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고령화로 2040년까지 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의대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렸다가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여러 지점에서 나타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020년 기준)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적다. 1인당 외래진료 방문 횟수는 OECD 평균치보다 3배 많은데 의사는 3분의 2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 의대 졸업자 수도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 13.2명의 55% 수준이다. 보사연은 이대로라면 2035년에는 의사가 2만7000여 명 부족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의사들이 필수 의료로 유입되려면 왜곡된 수가의 정상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박익성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부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대부분 병원들이 수익률이 높은 검사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안 맞는 필수 의료를 외면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등 응급수술이 많은 과에 투자는 없고 수가는 낮다 보니 젊은 의사들이 기피한다는 얘기다.

김범태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장(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의료인 역량에 비해 수가만 비정상적으로 낮다”며 “젊은 의사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비중을 전체 20% 이상으로 올려 의료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공병원은 저렴한 진료비로 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지만 시설은 낙후됐고 의료진 급여는 너무 낮다”며 “정부가 투자해 공공병원의 질을 민간병원만큼 올려서 민간병원이 못 보는 환자들을 흡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를 강화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공공의대가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우는 대안으로도 제시됐다. 국립대 중심으로 공공의대를 만들어 의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