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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인출중단 사태 장기화
“정부, 1년 넘게 해결 차일피일”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 재점화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여파가 중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마을은행 예금동결 사태 이후 아직까지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대형 풍선(사진)을 띄우며 예금 인출 허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 대외적으로 ‘정찰풍선’ 논란에 이어 대내적으로 ‘풍선시위’까지 터지면서 이제 막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3기’ 국정 운영이 더욱 어렵게 됐다.
16일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완다광장이나 황허(黃河) 강변 등지에선 마을은행 예금동결 사태 피해자들이 애드벌룬 형태의 풍선을 띄우며 사태 해결을 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을 비난했다. 풍선에는 “전 세계에서 은련카드 출금이 다 이뤄지는데 왜 허난에선 안 되는가” “허난 정부는 예금주들을 속이고 불법적으로 계좌를 동결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해 말 ‘백지 시위’가 확산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공개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허난성 마을은행들은 중국 전역의 시민들로부터 고리의 이자를 약속하고 예금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위기와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기업들의 사업 부진, 은행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 및 각종 비리가 맞물려 자금 압박을 겪게 되자 지난해 4월 예금 인출 중단을 결정했고 예금주 수천 명은 런민(人民)은행 정저우지행(支行·지역본부)에 모여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일단 5만 위안(약 950만 원) 이하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130억 위안(2조4792억 원)가량의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가 다시 본격화한 것은 미국 SVB 폐쇄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피해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태 발발 사흘 만에 신속한 예금자 보호조치를 발표한 반면 중국 당국은 1년이 지났는데도 사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피해자 왕(王) 씨는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중국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해결하고 있다”며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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