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직 강화·과학기술 진보… 전쟁이 가져 온 아이러니[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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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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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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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마거릿 맥밀런 지음│천태화 옮김│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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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묻는다. ‘왜 전쟁을 하는가.’ 그가 묻는 이 질문은 인간의 본성과 인간사회의 본질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첫 질문은 ‘인류는 본래 생존을 위해 폭력을 불사하는 존재인가’이다. 경쟁이나 탐욕, 혹은 이기로 상대를 해치는 게 인간의 본성일까. 질문은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인류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기술의 진보로 국경은 희미해졌고 세상은 점점 덜 폭력적이 돼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도 왜 무모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무시무시한 신무기와 인공지능(AI)의 발전, 자율살인 기계와 사이버 전쟁의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전쟁이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경고하며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낭만적인 구호나 도덕적 선언처럼 들고나오는 ‘반전(反戰)’과는 이야기의 결이 사뭇 다르다. 이 책의 전쟁에 대한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저자가 들여다보는 전쟁은 입체적이다. 전쟁을 ‘가능하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인 한때의 일탈 행위’로 보는 단편적인 시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를테면 ‘전쟁이 가져오는 이득’을 따져보는 대목이 그렇다. 전쟁은 사회의 조직화를 강화하고, 과학기술의 진보도 이끌어낸다. 전쟁이란 위기의 시기에는 평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과 의지를 총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집과정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섞이면서 사회적·경제적 평등을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다. 한마디로 전쟁이 ‘보다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필요한 것이 있어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고 싶어서, 다른 세상을 만드는 꿈을 꿀 수 있어서 싸운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싸울 만하기 때문에 싸운다’는 얘기다. 이 책은 수많은 전쟁의 사례를 통해 ‘싸울 만했던 전쟁의 사정’을 말하고, 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설명해준다. 이야기의 결론은 전쟁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전쟁의 원인과 영향, 전쟁을 끝내거나 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탄스러운 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방대한 자료다. 자기 논점을 설명하면서 그때마다 가장 적절한 사건과 일화, 인용을 꺼내놓는데, 마치 작은 서랍으로 꽉 찬 거대한 도서관에서 작은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 보여주는 듯하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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