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00만병… ‘생수산업’이 글로벌 환경위기 주범

유엔 지목…지하수 고갈 부추겨
플라스틱병 연간 6000억개 사용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전 세계에서 1분마다 100만 병 이상 판매될 정도로 생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환경위기를 초래한다는 유엔 산하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흔히 생수는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이자 순수한 제품으로 인식하지만 지하수 고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연간 6000억 개 병·용기를 쏟아내는 플라스틱 공해의 주범이라는 경고다.

16일 CNN에 따르면 유엔대 물·환경·보건연구소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109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수산업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 기준 73%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2021년 전 세계 생수 판매량은 3500억ℓ, 총매출은 약 2700억 달러(약 352조 원)에 달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5000억 달러 규모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소비국으로 나타났으며 남반구 저개발국이 전체 생수 시장의 약 60%를 차지했다.

문제는 생수산업 급성장이 지하수 고갈을 가속한다는 점이다. 지하수 고갈의 가장 큰 원인은 관개농업이지만 생수업계에서 뽑아 올리는 지하수량이 급증하면서 수자원 고갈을 더욱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프랑스 다농은 2020년 알프스 에비앙에서 하루 최대 1000만ℓ의 지하수를 뽑아냈고 네슬레도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스에서 매일 300만ℓ 지하수를 사용했다. 생수산업 발전으로 많은 국가에서 절실히 필요한 공공 수자원 인프라 투자에 관한 관심·지원이 분산되는 점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생수산업은 2021년에만 약 6000억 개의 병·용기를 사용해 이로 인해 250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수병의 약 85%는 결국 쓰레기로 남고 분해되는 데 최대 1000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특히 플라스틱 물병이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데다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인간 건강에도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병을 대체할 친환경 대안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해결책이 없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블라디미르 스마흐틴 전 유엔대 물·환경·보건연구소장은 CNN에 “생수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