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세 낮추고 경청, 기업엔 열린 마인드… 시진핑 눈에 쏙 들었다[베스트 리더십]

  • 문화일보
  • 입력 2023-04-10 09:03
  • 업데이트 2023-04-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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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리더십 - 리창 원저우 당서기서 ‘중국 2인자’ 총리로 우뚝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일 얘기 가감없이 제언해달라”
자문기구에 묻고 현장서 청취

규제 줄인 친시장 정책에 인기
테슬라 차 생산공장 유치하고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 설립

상하이 봉쇄로 경제 마비 실책
정부보다 공산당 영향력 커져
독자적 경제정책 한계 있을 듯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중국 저장(浙江)성 제2의 도시인 원저우(溫州)는 송나라 시절부터 무역도시로 융성했고 현재에도 ‘원저우 상인’이란 관용어가 나올 정도로 상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꼽힌다. 개항기 이후에는 ‘중국의 예루살렘’이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수많은 기독교도가 살았고 화교 중에 원저우 출신 비중이 상당히 높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도시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이 도시 출신답게 그동안 ‘친기업 마인드’와 ‘개방성’으로 유명했고 이는 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장점이다. 그러나 총리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리 총리가 ‘1인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지에 반해 독자적으로 중국의 내부 살림을 꾸릴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리창(왼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3월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총리로 선출된 뒤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경청의 리더십’, 시진핑 눈에 들다 = 리창과 함께 일해본 인사들은 리 총리의 리더십 비결을 예전부터 보여온 ‘경청’과 ‘개방성’에서 찾는다. 저장성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모두 저장성에서 나온 리 총리는 원저우 당서기를 하던 시절부터 현장 민간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들의 제언을 토대로 정책을 결정해 성과를 냈다. 정융녠(鄭永年) 홍콩중문대 교수는 “원저우 시절 리 총리는 항상 저자세로 타인을 대했고, 민간 기업들의 요구나 제언을 받아들였다”며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그의 스타일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리 총리가 직접 쓴 ‘원저우 해설사-토박이 당서기의 눈으로 본 원저우’에도 이같은 성향이 잘 드러난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또 당시 리 총리는 “중국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미국의 랜드연구소 같은 독립적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면서 2009년 저장대 교수들이 중심이 된 자문 기구를 설립하기도 했다. 결국 이게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의 눈에 들었고, 시 주석의 비서로 승진했다.

시 주석이 중앙정계로 진출한 뒤 저장성 성장·장쑤(江蘇)성 당서기·상하이(上海)시 당서기를 역임하면서도 리 총리는 본인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켰다. 2013년 저장성 성장이 되자 자문기구에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우리 업무에 대해 진실을 말해달라”며 가감없는 제언을 할 것을 독려했고, 이들 자문기관이 부족하다고 느낄 땐 직접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개방성은 외국계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는데, 상하이 당서기 재직시절 미국 테슬라에 그동안 외국계 기업에 허용되지 않았던 ‘독자법인 설립’을 허용해 생산공장을 유치한 것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상하이 증시에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을 설립한 것도 리 총리의 업적이다.

◇리 총리의 ‘친기업 마인드’에 높아지는 기대감 = 이 같은 그의 자세는 ‘규제 최소화’와 민간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는 현장 기업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저우더원(周德文) 원저우시 중소기업협회 대표는 “그는 민간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 대신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 민간기업이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저장성 성장 시절 지역 내 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중국 최대의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을 줬고, 창업자인 마윈(馬雲)의 성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유재산과 시장경제에 대해서도 계속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여 왔는데, 리 총리는 2014년 “개인 소유, 개인 재산 및 공유 혜택의 경제는 항상 저장성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시장을 해방시키고 시장 주체들에게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천장’과 ‘유리문’을 돌파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리 신임 총리에 대해 기대를 품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총리 취임일성으로 ‘민간기업 활성화’를 이야기한 데 대해 많은 기업인들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느꼈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사교육을 금지하는 당국의 ‘솽젠’(雙減) 정책으로 몰락했던 중국 최대 사교육 기업 신둥팡(新東方) CEO 출신인 위민훙(兪敏洪)은 “그는 민간 기업 경영자들이 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의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 많은 민간 기업가들이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1인 체계’ 한계에 따른 비관론도 상당 = 그러나 리 총리의 이런 성향에도 해외 전문가들은 그가 독자적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2인자’인 총리의 권한과 운신 폭은 크게 좁아졌다. 여기에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국무원 기능이 줄어들고 공산당 권한은 커지는 ‘당강정약(黨强政弱)’의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실제 중국 공산당 당 중앙에 금융부문 컨트롤타워인 중앙금융위원회가 신설됐고, 과학기술 부문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과학기술위원회도 설립돼 국무원의 역할이 좁아졌다. 덩위원(鄧聿文) 전 중국 쉐시스바오(學習時報) 부편집장은 “이번 개편으로 국무원에는 공산당 결정을 실행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리 총리 역할은 시 주석 야망을 정책 의제로 바꾸는 것에 국한될 것”이라며 “과거 어느 총리보다 국가주석과 밀접한 관계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리 총리는 지난 3월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으며,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전임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언급한 내용을 답습했다.

리 총리가 상하이 당서기 임기 말 현지에서 확산한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리 총리는 상하이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시 봉쇄를 실시했는데, 이 때문에 경제를 마비시켰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봉쇄 현장 시찰 중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권위주의가 강한 중국에서 지역 최고지도자가 시민들의 항의를 직접 겪었다는 것은 리더십에 큰 의문을 남긴다. 이 같은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시 주석이 ‘2인자’인 총리를 맡긴 만큼, 리 총리가 시 주석에 반기를 드는 정책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구의 중국정치전문매체 진저리버리뷰는 “시 주석과 다른 길을 가기에 그는 시 주석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창 약력

△1959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루이안(瑞安) 출생
△1983년 중국공산당 입당
△2002년 원저우시 당서기
△2004년 중국공산당 저장성위원회 비서장(당 서기 비서실장)
△2011년 저장성 당 부서기
△2012년 저장성 성장
△2016년 장쑤(江蘇)성 당서기
△2017년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2022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발탁
△2023년 3월 11일 중국공산당 국무원 총리 취임


‘2인자’ 리창 위협하는 ‘서열 5위’ 차이치… 시진핑에 충성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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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식 ‘2인자’인 리창(李强) 총리의 권한과 입지가 계속 위축되는 가운데,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사진) 중앙서기처 제1서기의 권한이 점점 강화되며 새로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리 총리와 차이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들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 내 파벌인 즈장신쥔(之江新軍)과 푸젠방(福建幇)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둘의 입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서 67세인 그가 서열 5위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됐던 것은 전문가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적 인사였다.

차이 서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3월 주석의 비서실장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는 것은 1965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보좌했던 왕둥싱(汪東興) 이후 처음으로, 40여 년 만에 ‘최고서열 비서실장’이라는 평가다. 이전 중앙판공청 주임이었던 딩쉐샹(丁薛祥) 부총리(현 서열 6위)보다 당내 서열도 높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 4일 중국 중앙 및 국가기관공작위원회 홈페이지는 ‘차이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판공청 주임과 함께 위원회 서기’를 겸하고 있다고 업데이트됐다.

중앙 및 국가기관공작위원회는 2018년 당정기구 개편에 따라 중앙 직속기관 공작위원회와 국무원 국가기관공작위원회가 합쳐진 조직으로, ‘통일 조직과 기획·배치’를 주업무로 하는 실세 조정기관이다. 중앙판공청 주임인 그가 중앙 및 국가기관공작위원회 서기까지 맡은 것은 ‘1인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이 직접 당정 업무를 관장하겠다는 인사로도 풀이되지만 차이 서기가 당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차이 서기는 리 총리와 묘하게 대비된다. 리 총리가 전임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를 지냈다면 차이 서기는 베이징(北京)시 당서기를 지냈다. 업무 스타일에서 리 총리가 아랫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이라면, 차이 서기는 윗사람인 시 주석의 의견을 누구보다 ‘잘 따르는’ 스타일이다. 지난 2017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위한 도시 정비 사업 때 베이징 외곽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을 강제 퇴거시켰던 사건은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누구보다 SNS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었지만 시 주석의 지시하에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자 칼같이 이를 중단했다.

외신들은 차이 서기에 대해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이 대중 인기보다 먼저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에게 ‘영명한 영수’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도 차이 서기다.

또한 리 총리가 시 주석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던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합류했던 즈장신쥔의 대표주자라면, 차이 서기는 시 주석의 공직 생활 초기부터 인연을 쌓아왔던 푸젠방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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