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구를 손톱만큼도 감각하지 못한다[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4-14 09:02
  • 업데이트 2023-04-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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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어크로스


“지구는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현실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 있다. 각각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 거품’(sensory bubble)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광대무변한 세계의 미미한 조각에 불과하다.”(19쪽)

우리가 이 광대무변한 세계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감각의 거품, 바로 감각의 한계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을 ‘사실’이고 ‘진실’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상어나 오리너구리가 느끼는 희미한 전기장을 감지할 수 없고, 바다표범이 추적하는 헤엄치는 물고기의 보이지 않는 흔적을 알아챌 수 없으며 거미가 포착하는 윙윙거리는 파리가 만드는 기류를 느낄 수 없다. 생명은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살지만 각각 다르게 보고 듣고 느끼며,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독일의 동물학자 야코프 폰 윅스퀼은 이를 ‘집’에서 바라본 ‘풍경’에 비유해 설명한다. 정원을 향해 있는 집을 떠올려보자. 이 집엔 빛의 창문, 소리의 창문, 냄새의 창문, 맛의 창문, 수많은 촉감의 창문이 있다. 어떤 창문인가에 따라 집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즉 생명들마다 보고 느끼고 감지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종의 평행우주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냄새와 맛, 빛, 색깔, 통증, 열, 촉감, 진동, 소리, 전기장, 자기장 등을 키워드로 인간이 전혀 알 수 없는 지구 위 생명들의 독특한 감각의 세계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작업은 생명들의 다양한 감각을 아는 것을 넘어 다양한 생명들은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는지를 상상하게 하고, 결국 인간이 얼마나 한정된 감각만을 사용하는지 깨닫게 한다. 책의 조언은 이렇다. ‘겸손하라.’

겸손을 딛고 저자는 인간이 만든 각종 빛과 소음,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명의 감각을 위협하고 멸종케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아간다. 지구 위 종이 하나 사라지는 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진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곧바로 감각 풍경의 풍부함을 지키는 일이다. 통념을 넘어 다른 시선으로 현재 우리의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624쪽, 2만9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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