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돈봉투 무릎 꿇고 사죄” vs 친명 “밥값도 안돼”…계파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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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 양극단 갈리며 자중지란

고민정 “우리의 정당성 잃게 해”
송갑석 “송영길 국민 앞에 서야”
최대 모임 더미래도 “조기 귀국”

장경태 “의원이 받을 이유 없어”
정성호 “기름값” 이어 또 논란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두고 당내 의원들 간 의견이 양극단으로 엇갈리며 자중지란을 빚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비참한 심정을 표명하며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반면,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돈 봉투가 실제로 오고 갔다고 하더라도 매표 효과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당내에서 이중·삼중의 혼란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돈 봉투 사건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우리의 정당성마저 잃게 만들었다”며 “도대체 송영길 캠프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기에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그런 말들이 녹음되어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송 전 대표를 직격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본인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당이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송 전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앞”이라며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더미래는 입장문에서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전직 대표로서, 또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며 “송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반면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돈 봉투에 따른 매표 효과를 일축하거나 오고 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금액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50만 원씩 20명에게 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며 “실무자들에게 50만 원이 살포됐다거나 어떤 거창한 금액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이러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녹취록이 사실일 가능성에 대한 사회자의 물음에도 “50만 원은 지급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며 “의원들 300만 원은 지방의원인지 모르겠는데, 국회의원이 300만 원 받을 이유도 없고 그런 거에 욕심낼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돈 봉투에 담긴)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부끄러운 사안으로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실언을 한 저의 불찰을 반성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