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선도적 미래 치안’의 대장정

  • 문화일보
  • 입력 2023-04-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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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1 2050년 1월 어느 날, 강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골목길에서 취객을 상대로 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고, 인근에 대기 중이던 무인 순찰 로봇이 출동했다. 로봇은 즉각 인근 CCTV 정보를 종합, 유력 피의자의 인상 착의와 연령·성별 정보, 도주 경로를 인근 순찰 차량과 치안종합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이어 순찰 차량에 탑재된 드론이 먼저 날아올랐고, 피의자는 10분이 안 돼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2 같은 달, 서울 서초구에서 “딸이 납치된 것 같다”는 긴박한 신고가 접수됐다. 2020년대 절정을 찍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30년이 지나도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협박 전화 녹음 파일을 넘겨받은 경찰은 10분 만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음’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를 안심시키고, 딸의 안전을 신속히 확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범죄 정보 시스템 확인을 통해 딸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 부모에게 피해자 아바타를 통해 ‘메타 경찰청’에 접수할 것을 권유했고, 실제 신고가 이뤄졌다.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은 ‘메타 경찰관’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알려주며, 유관 기관을 통해 추가 유포를 차단했다.

한 세대쯤 뒤인 서기 2050년의 치안 현장과 경찰의 대응 모습을 상상해 봤다. 여기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과 같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한편으로, 기술 발전을 악용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 요인을 수반한다. 가상 세계로까지 범죄 공간이 확장되고, 사회 구조의 변화가 겹쳐서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치안 환경의 변화 속도와 진폭이 과거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만큼, 치안 패러다임의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경찰은 선도적으로 미래 치안에 대비하고 있다. 새로운 위험과 위협 요인에 선제적·과학적 대비를 위해 지난해 9월 ‘경찰 미래비전 2050’을 발표했다. 경찰 업무 전역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과학치안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제도 정비, 조직 혁신 등 정책 방향을 담았고, 구체적 이행에 나서는 첫해인 2023년 올해를 ‘선도적 미래치안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경찰의 숭고한 사명이기도 하다. 미래 치안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범죄의 지능화·암흑화·초연결화·초국경화에 결코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 치안 대비에 실패하면, 안전 격차는 벌어지고 국민의 피해는 자연스럽게 커진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치안 분야 연구·개발(R&D)은 조직 경쟁력을 넘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의 존재 가치와도 직결된다. 나아가, ‘경찰 교육 대개혁’을 병행해 더 실력 있고 당당한 경찰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경찰의 미래 준비를 더욱더 내실 있고 완결성 있게 추진하는 것도 경찰의 중요 과제다.

2015년부터 치안 분야 R&D 사업을 시작한 경찰에서도 현재 개발 중인 ‘무인 순찰 로봇’과 ‘GPS 위치추적 시스템’ 등을 비롯해 첨단 장비·시스템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과학치안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경찰 교육 쇄신이 시너지를 발휘해, 대한민국 경찰의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치안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지켜내야 하는 ‘미래 자산’이자 ‘국가의 핵심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국민의 많은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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