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입양아들, 자신의 뿌리 잊지 않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한국에 방문하는 미국 입양아 7명의 대표 격인 수잔 콕스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 명예총영사가 거쳐 갔던 입양기관 ‘해리 홀트 기념 고아원’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잔 순금 콕스 제공

■ 수잔 순금 콕스 등 7명 방한

10일 해외입양 관련 콘퍼런스

1950∼1990년대 한국이 떠나 보냈던 미국 입양아 7명이 4일 고국 땅을 밟는다.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이 붙은 한국의 해외 입양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에서다. 방문단 대표인 수잔 순금 콕스(71)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 명예총영사는 “해외 입양이 없었다면 말 그대로 수많은 고아가 한국에서 불행히 머물렀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입양 제도를 단순하게 바라볼 순 없지만, 아이들에게 가족이 필요하다는 것은 단순하다”며 “물론 부정적이고 끔찍한 경험을 한 입양아들도 있고, 입양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윤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6년 4세의 나이로 홀트 국제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진 ‘1세대 입양아’다. 영어식 중간 이름으로 한국명 ‘순금’을 사용하는 그는 입양된 후에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생모가 지어주신 ‘순금’이 순수한 금(Pure Gold)이란 의미를 듣고 나서, 생모께서 나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했는지 알게 됐다”며 “전쟁으로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 한국에서 나와 생모가 좋은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란 걸 알기에 그녀의 희생에 감사한다”고 했다.

홀트 국제아동복지회 부회장을 지낸 그는 “나의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한국어를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하라고 격려하셨다”며 “대부분 한국인 입양아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문단 7명 모두는 미국에 정착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콕스 영사처럼 한국 이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1977년 입양된 주디스 에클레(한국명 김경림) 교수는 미네소타대 입양의학클리닉(AMC)에서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1975년 미국으로 간 댄 디트리히(한국명 강영수) 홀트 인터내셔널 부회장은 20개 이상의 회사가 모인 한 그룹의 CEO다. 1991년 입양된 앤드류 리(한국명 장진우) 씨는 뉴욕 주요 투자은행의 전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전국입양가족연대 주관으로 열리는 ‘한국사회의 해외입양, 왜곡된 인식 너머의 진실’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입양단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안 해외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만이 쌓여 왔다”며 “아이들을 행복한 환경에 데려다주는 것이 입양의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