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문제로 먼저 혼인신고[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1 09:11
  • 업데이트 2023-05-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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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병진(36)·이수잔(34·미국) 부부

저(병진)와 아내의 첫 만남은 ‘의심’에서 출발했어요. 짧은 해외 생활에서 배운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데이트 앱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어요.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로 대화하다가 “우리 한번 만나자”는 아내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의심했거든요. 때마침 이성에게 호감을 산 뒤 금전을 사취하는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릴 때였어요. 혼자 한참 망설이다가 ‘이런 게 미국 문화인가?’ 싶어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만나기로 했죠.

아내를 처음 만난 날, 저는 그동안 의심했던 마음에 농담을 섞어 아내에게 “혹시 너(수잔), 연쇄 살인마는 아니지?”라고 물었어요. 아내는 의심 가득 찬 상태로 나타나 농담을 던지는 제 모습이 순수해 보여서 좋았대요.

살벌한 농담이 오고 간 첫 만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부터 1일이다”는 저의 한국적인(?!) 고백으로 연애를 시작했어요. 2018년 연애를 시작한 저희는 2년 만인 2020년에 법적 부부가 됐어요. 아내의 비자 문제로 결혼식보다 혼인신고를 먼저 한 거죠.

저희는 고시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어요. 저희 둘이 누우면 꽉 차는 곳이었죠. 지금은 반지하 빌라로 이사와서 생활하고 있어요. 비록 여건은 어렵지만, 저희 부부는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부족한 남편인데도 아내는 자신을 위해 제가 발 벗고 나서준다며 저를 최고라고 치켜세워줘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에요.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꼭 이뤄줄 거예요.

내년 가을에 한국 전통 혼례를 치르겠다는 목표도 세워뒀어요. 지금 저는 수잔의 남편이자 저희 부부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이 ‘루나’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배우라는 꿈을 놓지 않고 영화 관련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힘든 현실 속에도 결혼식에서 행복해할 아내 모습을 상상하면 설레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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