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헌법의 ‘청렴 의무’도 짓밟는 野 부패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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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46조1항 국회의원 청렴 규정
민주당 인사 의혹 시리즈 심각
집권기엔 反부패 시스템 약화

김남국 ‘코인 매직’ 전모 밝히고
정치 부패 척결에 적극 나설 때
수사 조직과 수단도 강화해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7년 5월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 당시 본인과 배우자, 장남의 예금 5억4728만 원(을 포함해 모두 17억1356만 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2021년 6월에 공개된 김 전 실장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본인과 배우자, 장남의 예금이 15억906만 원(을 포함해 총 24억4239만 원)으로 나타났다. 공직에 재직(2021년 3월 퇴임)했던 47개월여 동안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예금이 9억6178만 원이나 늘어난 셈이니 매월 2000만 원씩 증가한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경남지사 시절이던 2011년 7888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아들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에 유학했고 그 무렵 딸도 중국에 유학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2017년 4억3445만 원, 2019년 6억494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딸이 학비만 연간 1억 원이 든다는 미국 시카고 아트스쿨로 유학했을 뿐 아니라, 명품을 걸친 채 해외 유명 관광지를 다니면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매월 생활비로 60만 원을 쓴다고 하면서도 본인과 가족 명의로 된 계좌 46개를 가지고 빈번한 해외여행과 학기마다 2100만 원의 학비가 드는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낸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업가로부터 6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웅래 의원도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국은행 띠지로 묶은 3억 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돼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다.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검찰의 돈 봉투 살포 사건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논란은 또 다른 정치 부패 의혹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명의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무엇보다 자금 출처와 흐름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김 의원이 보유한 가상화폐 자산 거래를 ‘이상거래’로 분류해 검찰에 통보한 것은 범죄 혐의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다. 10억 원에 이르는 주식매매 대금 전액을 위험자산인 특정 가상화폐 투자에 ‘몰빵’ 하고 가상화폐 실명제(트래블룰)시행 직전에 전액 인출한 배경은 무엇인지, 가상자산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것과 모종의 대가관계는 없는지 모두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제1항은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헌법으로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오로지 국가 이익을 우선해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권한을 행사하게 하기 위함이다.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자가 재산을 신고하게 하고, 국회의원의 재산 공개 및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헌법상 청렴 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된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본인의 가상화폐 거래 관련 보도에 대해 ‘개인의 민감한 정보’라며 유출 경위의 위법성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관련 민감 정보 등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에게 ‘개인의 민감한 정보’란 있을 수 없다. 사생활과 재산 현황을 포함해 국회의원에 관한 모든 것은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국민의 감시 속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처럼, 유독 문재인 정권 실세들의 재테크 실력이 뛰어나고, 민주당 의원들의 부패 의혹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 내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목숨을 걸며 검찰을 무력화하고,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전격 해체한 진짜 의도는 무엇인가. ‘김남국 매직’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심해진 정치 부패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반부패 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반부패기구(GRECO) 등 국제적으로 확립된 제도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반부패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고, 반부패 수사 조직과 수단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폐기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해도 충분히 유죄 입증이 가능하도록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부패와의 전쟁 없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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