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못되면 거울보는 윤재옥… 자신에겐 가을서리 같은 박광온[Leadership]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5 09:11
  • 업데이트 2023-05-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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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프런티어 리더십
경찰-기자 인연에서 양당 원내사령탑으로… 정치권 ‘케미’ 주목

‘正道’ 걸어온 윤재옥

경찰대 1기로 수석 입학·졸업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 존경해”
자기 사람보다 탕평인사 철칙
“야당과 정치 수준 높이고 싶다”

소통·화합의 달인 박광온

앵커·보도국장 등 언론인 출신
“비 올 땐 같이 맞아주는 게 중요”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정치목표
“학부모 위해 주4일제 적극 검토”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처음으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 선출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양당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국민과 소통한다면 정치 신뢰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다름을 조정하자”고 화답했다. 정치권은 두 원내대표의 ‘케미’(사람 사이의 조화나 주고받는 호흡을 뜻하는 신조어)에 주목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찰대 1기 졸업 후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남 해남 출생으로 MBC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는 ‘경찰-기자’로서 인연을 맺어왔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온건파’이자 ‘협상파’로 평가받는 여야 원내대표가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도(正道)를 걸어온 ‘퍼스트 펭귄’ 윤재옥 = 남극의 펭귄은 사냥하기 위해서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에 어떤 천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용기를 낸 한 마리가 바다에 뛰어들면 펭귄 무리가 선두를 따라 줄줄이 바다로 뛰어드는데, 이렇게 처음 용기를 낸 첫 번째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선구자라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로 사용된다. 윤 원내대표는 퍼스트 펭귄의 삶을 살았다. 1981년 22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대 1기로 수석 입학·졸업한 윤 원내대표는 경감 승진부터 시작해 치안정감 임명까지 동기생 중 가장 앞서나가 ‘기록 제조기’로 불렸다. 경찰대 후배인 한 현직 경찰 간부는 “윤 선배는 30년간 경찰에 몸담으면서 정도가 아닌 길에는 곁눈질하지 않고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1992년에는 언론에서 선정한 ‘2000년대를 빛낼 100인’에 뽑혔다. 경찰 간부로서 그의 리더십을 인정받는 순간이다. 윤 원내대표는 따뜻한 리더로 통한다. 2008년 경북지방경찰청장 재임 당시 외부 음식을 접할 수 없는 독도 경비대원들을 위해 직접 피자 40판을 공수해 1인당 한 판의 피자를 선물했다. 윤 원내대표는 경찰 재직 시절 일이 잘되면 창문을 보고, 일이 잘못되면 거울을 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일이 잘되면 창문 밖의 직원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일이 잘못되면 거울을 보며 부족한 점을 반성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윤 원내대표는 노이즈 마케팅을 배척하고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정치’를 추구한다. 노이즈 마케팅은 내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와 장기적으로 성공적이지 않다는 신념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아무리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라 하지만 묵묵히 우직하게 자기 일을 성실하게 추진하고, 원래 지향했던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가는 개인과 기업이 더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조직관리에 있어 항상 선두에서 책임자가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기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동의와 동참을 끌어내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등산을 통해 배웠다.

탕평 인사(人事)를 하는 것도 철칙 중 하나다. 자기 사람을 골라서 등용하기보단 균등한 기회 제공으로 조직의 유기적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나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연고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애썼다”며 “같은 조건이면 오히려 나하고 출신이 다른 직원을 배려하려 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의 좌우명은 ‘절제·겸손·균형’이다. 삿대질과 핏대 세운 윽박보다는 품격 있게 소신을 펼치는 정치인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러나 한번 작심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24시간 당사 ‘야전침대’에서 숙식하며 선거 상황을 챙겼다. 2018년 탄핵 직후 여대야소 국면의 힘없는 야당일 때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꼼꼼한 협상과 조율로 ‘드루킹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사심 없이 당과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닌, 야당과 함께 정치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봄바람과 가을 서리…박광온의 ‘두 얼굴 리더십’=‘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중국 고전 ‘채근담’에 나오는 구절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구절로 박 원내대표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좌우명이다. 이런 생활신조 덕분인지 동료 의원과 주변인들은 박 원내대표를 설명할 때 하나같이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거론한다. 당내에서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지만, 계파를 뛰어넘어 폭넓은 친화력을 자랑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거의 모든 의원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며 “당 소속 의원 170명 가운데 박 원내대표와 밥 한 끼나 차 한 잔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대변인으로 입당했을 때부터 박 원내대표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화를 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전했다.

이 같은 ‘봄바람 리더십’은 당의 주류 세력이 끊임없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요직을 두루 맡으며 승승장구하는 밑거름이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지역구(경기 수원정)를 물려받아 2014년 보궐선거 이후 내리 3선을 한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선 공보단장으로, 이해찬 대표체제에선 최고위원으로 활약했다. 이낙연 대표 시절엔 사무총장을 맡은 뒤 20대 대선 경선에서도 이 대표를 도와 대표적인 친낙(친이낙연)계 인사로 꼽힌다.

봄바람 리더십 덕분에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면, 좌우명의 또 다른 축인 ‘자신을 향한 엄격함’은 직무와 의정활동에서 빛을 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번 직(職)을 맡으면 일상은 물론 다음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구 관리까지 제쳐놓고 주어진 임무에 헌신한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과 공보단장을 맡았을 때 몇 달 동안 집에도 안 가고 당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을 보며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회고했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 입성 이후 쌓은 탁월한 입법 성과는 ‘포용적이면서도 엄격한’ 두 가지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는 엄격함이 여야 협상을 통한 법안 통과로 이어졌다면, 주요 법안의 내용은 ‘포용적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가 주도한 아동수당과 국민취업지원 제도 도입,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가입요건 완화, 실업급여 지급수준 및 수급 기간 상향, 기초연금 인상,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은 대한민국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말 원내대표 당선 이후 “학부모를 위한 주4일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복지 확대에 대한 소신에서 나온 발언이다.

MBC 보도국장, ‘9시 뉴스데스크’ 앵커와 ‘100분 토론’ 사회자 등 28년간 화려한 기자 생활을 한 뒤 정치권에 발을 디딘 박 원내대표의 모든 활동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꿈과 연결된다. 박 원내대표는 선진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어려웠지만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를 살던 우리 시대와 지금의 젊은이들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비가 내릴 때 우산을 받쳐주는 것보다 같이 맞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 원내대표는…

당내 서열 2위로 의원 상임위 배치 공천에 큰 영향력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조정·지원하는 동시에 여야 간 입법 협상의 중추를 맡는다.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는 만큼 권한도 크다.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의원총회를 주재해 당론 결정을 주도하고,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국회 상임위원회 배치도 담당한다.

원내대표는 3김(金) 시대만 해도 ‘원내총무’로 불렸다. 2003년 민주당으로부터 분당한 열린우리당이 ‘정책정당’ 및 ‘의정활동 강화’를 표방하면서 원내대표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총무’에서 ‘대표’로 승격되면서 영향력도 덩달아 향상됐다. 당내 서열 2위로 원내대책회의의 권한을 위임받아 실질적인 살림을 도맡고, 당 대표 궐위 시 권한대행도 행사한다. 특히 공천과정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4년의 회기 중 총선 직전인 마지막 해의 정무적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통상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출마하는 원내대표 선거는 예측이 어렵다. 오로지 현역 의원들만 참여하는 무기명 투표로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러지는 당 대표 선출과 달리 변수가 많다. 출마 후보자와 소속 의원의 친분, 당 운영에 대한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경쟁 계파에 속해 있더라도 상임위원회 또는 당직 인선을 약속받고 표를 찍어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임기는 1년이다. 우리나라의 최다 원내대표 기록은 6대와 7대 국회에서 6차례나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갖고 있다.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들은 당연직으로 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 위원이 되며,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것이 관행이다. 이 밖에도 의사일정 변경, 예결특위 구성 등 국회 활동 전반에 관한 권한은 국회의장과 협의를 거쳐 교섭단체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 이 때문에 정국이 경색되거나 교착상태에 빠지면 모든 관심이 소통 창구인 원내대표에게 쏠린다.

이해완·나윤석·이후민·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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