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맹국 경제안보 협공에… 중국, 4년만에 또 ‘희토류 카드’ 만지작[Global Focus]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1 09:05
  • 업데이트 2023-06-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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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한 광산에서 인부들이 크레인 등을 동원해 희토류 채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래픽=권호영 기자



■ Global Focus - 다시 시작된 ‘희토류 무기화’

中 최근 ‘수출통제 범위’ 속에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도 포함
전면 금지땐 서방 제조업 타격

美·유럽, 中 의존도 탈피 사활
자체 공급망 마련 팔걷었지만
환경파괴 등 우려에 확보 비상


미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과 경제 안보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이 꺼내 들 반격 카드로 ‘희토류(稀土類)’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전력이 있는 만큼 중국이 또다시 희토류를 수출 통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로 시작된 미·중 간 공급망 경쟁이 첨단산업의 근간인 희토류 확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희토류가 뭐길래 = 희토류는 이름에 있는 ‘희소하다’는 뜻과 달리 지구 위에 널리 분포돼 있는 흔한 광물이다. 란타넘(La), 세륨(Ce), 스칸듐(Sc) 등 17개 금속 원소가 해당된다. 흔하지만 제련·분리·정제가 어렵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해 생산 국가가 희소하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레이더, 전투기 등 첨단 정보기술 제품과 군용 무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어서 ‘4차 산업혁명의 쌀’ ‘첨단 산업의 비타민’ 등으로 불린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희토류 세계 매장량(산화물 기준)은 1억2000만t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은 4400만t(37%)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 베트남 2200만t(18.3%), 러시아·브라질 각 2100만t(17.5%) 순이다. 미국에도 180만t이 매장돼 있지만, 이는 전체 매장량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매장량에 이어 생산량도 21만t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70%에 해당하는 양이다. 2위인 미국(4만3000t)과 비교하면 5배가량 규모가 크다. 특히 중국은 채굴부터 제련, 합금, 모터 제조까지 자국에서 모두 완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유일한 나라로 평가된다. 생산량 70%를 한 회사로 몰아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2021년엔 국유기업 3곳과 국가연구소 2곳을 합쳐 ‘중국희토류그룹’도 설립했다.

◇희토류 벽 쌓는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또 꺼내 드나 = 최근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희토류의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하며 희토류 관련 독점지위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2001년 희토류 관련 수출 통제를 시작한 중국은 최근 세 번째 규정을 개정해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까지 수출 통제 대상에 넣었다. 이에 따라 네오디뮴(Nd), 사마륨코발트(SmCo)로 만드는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의 해외 이전이 어렵게 됐다.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이나 장비 하나 없이 완제품을 중국에서 받아 소비하던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게 됐다.

다만 희토류 자석 생산품 수출은 금지하지 않아 모터 생산 대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통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최근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선 중국의 최후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수출을 중단하면 자동차 업체 등 서방의 제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추가로 생산장비와 전문인력 이동 차단 조치가 이뤄질 경우, 미국 등 서방의 희토류 가치사슬 내재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실제 중국은 이미 수차례 희토류로 국가들을 협박해왔다. 2010년 일본과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통제했다. 일본은 하루 만에 중국인 선원을 석방하며 백기 투항했고 희토류 국제 가격이 16배나 뛸 정도로 파장이 컸다. 중국은 또 2019년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즉각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법을 만들어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미·중 갈등 상황을 보도하며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 향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또 한 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확산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처럼 주요 전략물자, 핵심 자원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G7,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하겠다지만 쉽지 않을 듯 = G7은 지난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정상회의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중국의 ‘경제적 억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중요 광물과 반도체, 배터리 등 중요 물자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디리스킹’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 등 동맹국과 함께 자체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격차가 너무 크다. 미국 내 자원 자체가 적은 데다 생산하더라도 환경 파괴, 수자원 오염 우려로 주민 반대도 심해 미국 내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갖추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국내 생산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중동 등으로 희토류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희토류 이외 첨단산업에서 필수인 리튬, 코발트 등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아코루스 캐피털 이사인 토니 캐럴은 “중국은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를 위해 20여 년 전부터 희토류 확보에 나섰다”면서 “서방도 최근 희토류 확보에 나섰지만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시장조사업체 시노오토인사이트 관계자는 “희토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중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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