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한순간 등장한다? 끝없는 사고·선택의 결과[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6 09:16
  • 업데이트 2023-06-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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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사고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신희라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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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디자이너 다치카와 에이스케는 인간의 창조성,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사카 엑스포 일본관 크리에이터,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브랜딩 등 주요 프로젝트를 도맡아온 그는 타고난 지능, 나이 혹은 경력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창조력 작동 시스템을 잘 발휘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 더 잘 팔리는 기획, 더 끌리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보다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창조력을 만드는 시스템은 무엇인가. 비밀은 책 제목에 이미 나와 있다. ‘진화’다. 저자는 인간의 창조성도 결국 생명의 역사인 ‘진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이 메커니즘을 따른다고 본다. 지구 위 생명이 우연한 변이와 필연적 자연선택을 반복해 진화하듯이 창의력 역시 변이와 선택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진화사고’다. 저자는 자신이 숱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 덕분이라고 했다.

‘진화사고’라는 신조어를 등장시켰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현실성, 타당성 등을 끊임없이 점검하라는 그리 새롭지 않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은 2021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 후 진화사고는 파나소닉, 후지쯔 등 많은 기업에서 혁신 도구로 쓰이고 있다. 그 이유는 ‘진화사고’라는 콘셉트 자체보다 이의 작동방식을 매뉴얼화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우발적 변이를 위한 변이의 9가지 패턴을 제안한다. 변량(극단적인 양을 상상), 의태(원하는 상황을 모방), 소실(기본 요소를 줄이기), 증식(비상식적으로 늘리기), 이동(새로운 공간으로 이동), 교환(틀과 판을 바꾸기), 분리(마지막까지 나누기), 역전(반대 상황을 생각), 융합(의외의 물건과 조합)이다.

변이에 대한 필연적 ‘선택’ 틀도 4가지로 제안한다. 공간적으로 변이의 결과물의 ‘내부’를 해부하고, 그것을 둘러싼 ‘생태’를 분석하고, 시간적으로는 과거를 계통적으로 살피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9가지 패턴으로 최대한 극단적 우연을 많이 만들고, 수많은 변이 중에서 4가지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반복해 이 둘이 양립하는 지점을 찾아내면 ‘성공’인 것이다. 삶의 공식은 때론 의외로 누구나 다 아는 간단한 것이다. 문제는 실천에 있다. 변이의 9개 패턴, 선택의 4가지 상황을 숙지하고, 끊임없이 삶과 일에 적용해 보는 것. 이것이 창조력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비법이라는 결론이다. 520쪽, 2만9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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