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잇는다, 또 세계를 찢는다… ‘팬덤의 두 얼굴’[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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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장에 팬덤 ‘아미’가 가득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 팬덤의 시대
마이클 본드 지음│강동혁 옮김│어크로스

방탄소년단 글로벌 팬덤 ‘아미’
인종차별 캠페인 중단시키고
기금모금 등 ‘선한 영향력’ 확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층
국회 점거 등 극단적 사례 나와
상대 적대시해 편견·차별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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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얼핏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둘이지만 하나는 같다. 바로 막강한 화력을 지닌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BTS의 팬덤과 트럼프의 팬덤은 각각의 분야에서 ‘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의 신간 ‘팬덤의 시대’는 지금 우리 시대, 주요 현상으로 떠오른 ‘팬덤’을 종합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팬덤의 기원부터 짚는다. 팬들끼리 만나 모임을 결성한 것은 1926년 창간된 미국의 과학소설(SF) 전문 월간지 ‘어메이징 스토리’의 편지 페이지에서 시작했다. ‘어메이징 스토리’는 잡지사에 편지를 보낸 구독자의 주소를 잡지에 인쇄해 독자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독자들은 자신과 똑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부는 펜팔 친구가 됐고 팬클럽을 결성했다. 자신들만의 잡지, 팬 매거진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초의 팬 커뮤니티이자 거의 확실하게 최초로 알려진 SF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SF 팬덤의 열기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로 나아갔다. 1967년 NBC가 ‘스타트렉’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팬들이 11만 통의 편지를 제작자들에게 보내 폐지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팬들 간 거리는 더욱 줄었고 팬덤의 힘 역시 더욱 세졌다. K-팝은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질식사한 후, BTS 팬덤은 인종차별적 트위터 캠페인을 중단시켰으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의 의회의사당을 점거했을 때의 모습. 연합뉴스



팬덤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책은 팬덤의 핵심으로 ‘소속감’을 든다. 1960년대 후반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실험을 통해 소속감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임을 일깨웠다. 타지펠은 사춘기 소년 6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주도록 했다. 집단을 나누는 기준은 화면에 표시된 점의 수를 실제보다 많다고 생각하는지 적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바실리 칸딘스키나 파울 클레의 그림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등 사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점의 개수를 많다고 생각한 소년들은 자신처럼 점의 개수를 많게 생각한 소년에게 많은 돈을 주었고 클레보다 칸딘스키를 선호한 소년들 역시 칸딘스키 팬에게 더 후했다. 집단 간 경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지만 소년들은 일관되게 자신이 속한 집단에 편향돼 있었다. 저자는 “이는 친구와 적을 구별하는 능력 및 협력에 생존이 달려 있던 아주 오랜 과거를 반영할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와 우리가 아닌 ‘그들’을 구분하는 본성이 ‘적’을 구별하는 능력에서부터 기인했다면 집단의 경계가 정의되는 순간 편견과 차별이 시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악용한 대표 사례다. 자신을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정치인을 혐오하는 정치인으로 설정함으로써 인기를 끈 그는 지지자들이 폄하할 수 있는 외부집단(멕시코인과 흑인, 중국)을 희생양 삼아 공격했고 본인의 팬덤을 더욱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결국 그의 팬들은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팬덤의 얼굴은 제각각이다. BTS의 아미가 되느냐, 트럼프의 특공대가 되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상이할 것이다. 당신의 선택에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312쪽, 1만8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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